극우 담론 기세 꺾으려면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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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내훈 | 작가
현재 한국 청년(18~34살) 남성 가운데 34.5%가 ‘12·3 비상계엄은 정당했다’고 말한다. ‘시사인(IN)’과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세차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은 정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계엄 직후(2025년 2월) 17.8%에서 대선 직후(2025년 6월) 다소 감소했다가 지방선거 직후(2026년 6월) 34.5%로 급반등했다. 1년 새 16.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다른 세대와 성별 집단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비상계엄 동의율이 같은 기간 소폭 증가했다.
‘윤석열 탄핵 인용이 잘못’이라는 데 동의한 청년 남성의 비율도 지방선거 이후 32.3%로, 1년 전보다 17.3%포인트 늘었다.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43%나 됐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청년 남성이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강하게 계엄을 옹호하는 집단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청년 여성도 남성에 비해 절대적인 수치는 낮지만, 계엄 옹호 의견과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 동의율이 계엄 직후에 견줘 2배로 뛰었다. 청년층 표본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매우 우려스러운 조사 결과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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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음모론이 힘을 얻은 데에는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 관리 부실이 드러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일자,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계엄 명분으로 내세웠던 윤석열의 주장에 일말의 현실감이 더해지면서 불법 계엄을 ‘재평가’할 빌미가 생겼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와 일부 재보궐선거 결과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승세를 탄 쪽으로 의견이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응답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계엄 재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지만, 오늘날처럼 ‘주류의 극우화’가 진행되는 맥락에서는 개연성이 있는 일이다.
쉽게 말하면 극우 세력이 ‘신이 난’ 것이다. 지방선거 직후 지금까지는 극우 세력이 가장 기세를 올리는 국면이다. ‘비토 여론층’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당정 관계도 안정적이며 국내외 정책 성과들이 가시화하는 분위기에선 여론조사에서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여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힘을 얻어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마음껏 표출하는 동시에 이를 윤석열에 대한 향수나 재평가로 연결 짓는 ‘논평(을 가장한 저속한 밈)’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널리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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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남성의 응답 변화를 단순히 밴드왜건 효과로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극우 세력이 기고만장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소셜미디어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극단적 주장이 다수의 생각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른바 ‘계엄 재평가’와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이 확산한 데에 이러한 착시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콘텐츠도 게시자의 성향과 추천의 연쇄를 따라 극단적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로 정치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마저 극단적 의견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한 지경까지 이른 ‘계엄 재평가’와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 확산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극우 세력의 힘을 빼는 게 시급하다. 정부·여당의 지지율 회복이 그 첩경이다.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당내 갈등과 지지층 이반으로 인한 균열은 극우 세력이 기세를 올릴 공간을 열어줬다. 그런 만큼 정부와 여당 내 기강을 제대로 잡고 진보진영 지지층의 파열을 봉합하는 일이 우선이다. 국정과 여당의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여야, 비토 여론에 기생해 몸집을 불리던 극우 담론의 기세를 꺾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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