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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7, 2026

기후 이야기는 왜 어려운가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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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장 밖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phase out)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벨렝/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협상장 밖에서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phase out)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벨렝/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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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미 | 작가·번역가

 기후변화를 다루는 이야기는 왜 어려울까? 1.5도와 2도, 탄소중립, 엘니뇨, 감축 목표 등 낯선 용어와 복잡한 시나리오가 쏟아지면, 우리는 금세 지쳐간다. 이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수십년이라는 시간 규모와 확률로 표현되는 불확실성 같은 주제 자체의 복잡함에서 온다. 다만 복잡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피로가 있고, 그 일부는 이야기가 놓인 구도에서 비롯된다.

기후 이야기는 대개 과학이 문제를 진단하고 기술이 해법을 내놓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 구도에서 듣는 사람의 몫은 이해하고, 걱정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인데 알아야 할 것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심지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마저 찾기 어렵다면 피로와 무력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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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도는 어떤 이야기가 논의의 장에 들어올지도 정한다. 자주 사용되는 ‘물이 넘치는 욕조’ 비유를 보자. 집이 망가지지 않게 하려면 넘친 물이 얼마나 되는지 재고, 펌프와 필요한 전기를 확보하고, 피해를 확인하고,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따져야 한다. 그러나 물을 계속 내보내는 수도꼭지, 곧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만들고 쓰는가라는 활동의 총량은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오해가 없도록 짚어둔다.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는 탈탄소는 반드시 필요하고, 탄소는 총량을 가늠하는 핵심적인 지표다. 문제는 탄소가 유일한 기준이 될 때다. 탄소만 보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기만 하면 그것이 어떤 시설이든 ‘녹색’이 될 수 있다. 장부상으로 탄소를 상쇄하면 활동이 그대로여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활동의 규모는 그대로 둔 채 결과만 관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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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까지가 충분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은 계산만으로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명이 무엇인지에 따라, 무엇을 먼저 줄이고 무엇을 지킬지는 사회가 정해야 한다.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자는 말도, 개인의 책임이 없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의 하루는 산업구조와 기반시설, 세계경제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와 기본적 수요를 채워가는 나라의 몫은 다르고, 그 차이를 다루는 일이 국제 합의의 핵심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우리가 직접 묻는 자리에 선다고 기후 이야기가 쉬워지지는 않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 자신이 던지는 질문에 맞춰 정보를 가려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는 인공지능(AI) 개발과 데이터센터를 예로 보자.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2035년까지 필요한 전력은 24.7GW로 대형 원전 18기 분량이다. 이 전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기술과 비용의 문제다. 그러나 그 앞에는 다른 질문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왜 필요한가, 수요 전망은 얼마나 확실한가, 더 적은 전력으로 이룰 방법은 없는가. 2040년 탈석탄 목표와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어떻게 양립 가능한가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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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80여개 나라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계획을 요구했지만, 산유국 등의 반대로 최종 문서에서 관련 문구가 빠졌다. 화석연료를 얼마나, 언제까지 쓸 것인가 선택하고 결정되는 과정은 국가 간 협상장 안에서 다뤄지고 우리에게는 결과만 전해지는 것이다.

물론 질문한다고 곧바로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질문이 힘을 가지려면 공론장, 시민참여, 정치적 요구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고, 정보를 질문의 재료로 바꿀 역량과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질문은 개인에게만 맡길 숙제가 아니라, 언론과 전문가, 제도가 함께 만들어야 할 바탕이다. 그 바탕 위에서 시민은 이야기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방향을 함께 정하는 자리로 옮겨 갈 수 있다. 그때 어려운 기후 이야기에도 가닥이 잡힌다. 우리가 그 이야기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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