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대로 즐기는 ‘혼행’이 대세…“혼밥여지도·여행비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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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서울에 사는 송연규(29)씨는 이번엔 강원도 속초시로 ‘혼행’(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양양에 이어 지난 7월 강릉 등 강원도 곳곳에서 보낸 혼행의 기억들이 힘든 일상을 버티는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송씨는 “동반자가 있으면 여행 자체가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혼행은 쉬고 싶을 때 쉬고, 하고 싶은 것들로만 일정을 가득 채울 수 있다. 동반자의 취향과 입맛 등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혼행 성지로 일본이 인기였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에도 혼행 핫플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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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행객 모십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 이른바 ‘혼행’이 새로운 여행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의 일정에 맞추기보다 자신의 속도대로 움직이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취향에 맞는 여행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혼행 확산의 배경에는 사회 구조 변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 중심 생활 방식 확산,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등이 결합하면서 여행 방식도 패키지여행을 통한 관광지 방문 중심에서 휴식과 회복 등 개인의 취향에 맞춘 개별 관광 중심으로 흐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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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지난 6월30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 여행객의 1인 여행 관심도는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숙소 검색량도 국내여행이 7%, 해외여행은 11% 늘었다. 또 지난 1~5월 한국 혼행객의 숙소 검색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여행지 가운데 서울이 가장 높은 수요를 기록했고 제주도, 부산, 인천, 강릉 등도 혼행 여행지로 인기다. 이 밖에 동해시의 혼행객 숙소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등 지역 소도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혼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단체관광객 유치에 열을 내던 지방자치단체들도 ‘1인 관광객’ 유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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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전폭적인 유치전에 돌입한 곳은 강원도다. 강원도가 1인 관광객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지난해 발생한 ‘속초 오징어 난전 불친절’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6월 속초시 동명동 오징어 난전의 한 식당이 1인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대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속초시와 상인회 등이 공개 사과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전남 여수와 울릉도 등에서도 1인 손님 혼밥(혼자 밥 먹기) 타박과 불친절 등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참에 ‘1인 관광객’과 관련해 실추된 지역 관광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강원도가 혼행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강원도의 전략이다.
강원도는 1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혼밥 친화형 관광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1인 관광객 환영 업소 인증제’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까지 18개 시·군에 100여곳의 환영 업소를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 환영 업소에는 혼행객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리는 ‘인증마크’가 부착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강원도가 제작 중인 ‘강원 혼밥여지도’다. 혼밥여지도는 1인 관광객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을 선정해 엮은 ‘1인 관광객 환영 식당 가이드북(지도)’이다. 급증하는 혼행 흐름에 맞춰 강원도를 ‘혼밥 성지’로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강원도는 이달 중에 누리집 ‘강원관광’(gangwon.to/gwtour)을 통해 혼밥여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다.
김계중 강원도청 관광기획팀장은 “춘천과 속초, 양양, 동해, 삼척 등을 중심으로 1인 관광객 환영 업소 인증제에 대한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혼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맛집과 관광지 방문 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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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식당 이용하면 ‘체험비’ 지원
경남에서는 남해군이 지난 6월 부서별로 ‘1인 관광객 수용태세 개선 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혼행객 유치에 진심이다.
남해군도 1인 관광객 식당 이용 불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와도 좋은 식당’을 모집하는 등 1인 식사가 가능한 음식점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모집된 음식점 목록은 남해군 누리집에 올려 홍보하고 있으며, 이들 음식점에는 1인 식탁과 의자 세트, 1인 찬기 등 위생용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남해에서는 혼밥뿐 아니라 ‘안전한 혼행을 위한 교통 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있다. 티머니 고 앱과 연계한 관광택시 상품으로 1인 관광객은 부담금 6만원 가운데 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택시 이용 시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내야 하는 1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교통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관광지도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다.
남해관광문화재단의 ‘남해 혼자여행(ON)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이 프로젝트는 1인 관광객 대상 맞춤형 관광 정보와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특히 ‘대중교통 연계 스마트 비대면 가이드 투어’를 통해 터미널과 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등 주요 관광 코스의 이동 동선, 버스 정보, 주변 관광지 정보를 메신저 기반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지정 코스를 완주한 관광객에게는 기념품도 제공된다. 이 밖에 캔들 만들기와 쿠킹클래스, 공예체험 등 1인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이연주 남해군 관광진흥과장은 “1인 관광객 증가는 관광 추세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이에 맞는 수용태세를 갖추는 것이 지역 관광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혼자 와도 불편하지 않고,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여행할 수 있는 남해를 만들기 위해 음식, 교통, 콘텐츠, 물가, 홍보 전 분야에서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여수시가 혼밥식당을 이용한 1인 관광객에게 체험비를 지원하는 유인책까지 내놨다. 여수시가 지정한 혼밥식당을 이용한 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용 후기를 게시하고 영수증과 신청서를 내면 체험비 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수시도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혼밥식당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89곳이 참여하고 있다.
박병철 여수시 식품위생과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나 홀로 여행하는 ‘혼행’ 흐름의 확산으로, 혼밥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밥식당에 참여하는 음식점도 지난해 46곳에서 올해 89곳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앞으로도 혼밥식당 이용 활성화와 누구나 편안하게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여수의 외식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보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치면서 ‘혼행’이 주요 여행 행태로 등장했다. 이후 혼행 수요는 ‘갓생(신+인생의 합성어, 남에게 모범이 되는 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 살기’ 흐름과 맞물리면서 개개인의 취향을 실현하고 만족감을 추구하는 나노화된 여행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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