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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사설]미국서 제동 걸린 AI 데이터센터, 한국 속도전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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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9월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원칙 없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기후위기비상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9월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원칙 없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강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규제 강화를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등 반대 여론이 확인된 결과다. 중간선거 직후 한국·미국 증시에선 반도체 등 관련주가 폭락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잠시 주춤해도 글로벌 투자 경쟁은 이어질 것인 만큼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늦춰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 유권자 반발을 부른 AI 데이터센터의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속도전으로 일관하는 게 능사인지 의문이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 반발은 발목 잡힌 이란전쟁이나 부패, 물가 폭등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만큼이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블루 쓰나미’를 이끈 요인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조차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등 규제를 주장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승리한 점은 이를 시사한다. 운영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주 중 하나인 텍사스에서 지나 이노호사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된 게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2035년까지 18.4GW(기가와트) 규모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6일 “한국이 지금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멈추거나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정부로선 미국 빅테크가 자국의 규제 강화를 피해 해외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릴 경우 한국에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한데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소음 등 부작용은 뚜렷해 미국에서 기피시설이 된 AI 데이터센터를 축구장 2576개 규모에 맞먹는 부지에 짓겠다는 계획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흐름을 ‘삼전닉스’ 주가 하락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곤란하다. 지역사회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건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확인됐다는 데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지역사회와의 이익 공유,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 수자원 보호 등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AI 인프라 확충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만 매몰된다면 추후 큰 사회적 저항에 부딪혀 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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