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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6

앤 카슨과 노벨상 영광을…국내 소개한 세 출판사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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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AFP 연합뉴스
202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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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 문학상은 캐나다 시인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앤 카슨은 해외 시인치고는 국내에 적잖은 작품을 소개해 왔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주류 문학 출판사가 없다. 말하자면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의 자장 바깥에 있어 왔다. 앤 카슨 수상의 영광을 함께 나누는 국내 출판사들의 대표작을 추리고, 한림원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살펴보았다. 봄날의책, 난다, 한겨레출판이 2026년 노벨 문학상의 동반자가 되겠다.

■ 녹스 2010년 출간된 에세이다. 한림원이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깊은 상실감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카슨의 잊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했다. 국내에선 봄날의책이 2022년 소개했다. 실험적 형식이 돋보이면서도 시적 깊이가 융숭하다. 한번도 못 보고 헤어져 지내다 2000년 죽은 오빠를 애도하며 쓴 ‘감정’이 마치 상자에 담긴 형식을 취한다. 앤 카슨은 “오빠가 죽었을 때 나는 책의 형식으로 그를 위한 묘비명을 만들었다. 이것은 그것에 가능한 한 가깝게 한 복제본이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 저본에 가능한 한 가깝게 만들어진 국내판은 “192쪽의 종이가 하나로 쭉 이어져 한권의 책을 이루는 아코디언북”이라고 소개한다. 카슨이 수집한 오빠의 사진과 자취,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가 떠난 형을 기리는 비가를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상념 등이 끊임없이 종이 위에 기록되고, 접힌 채 이어진다. 봄날의책은 ‘내가 읽은 녹스’라는 제목의 소책자도 당시 함께 펴냈는데, 한강 작가의 글이 실려있다. 작가 또한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숨을 놓은 언니로부터 비롯한 소설 ‘흰’을 쓰기도 했다.

7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정확히는 이 책의 절반―펼침면의 오른쪽 페이지들―만을 읽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압도적이라고 느꼈다. 당시에는 라틴어 단어들의 뜻과 용례가 적힌 펼침면의 왼쪽 페이지들을 정독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다. 이제 선명한 모국어로 번역된 양쪽 페이지와 역주들을 함께 읽어가는 동안, 깨어졌던 거울이 나머지 반쪽을 만난 듯 이 책의 빛이 눈을 찔렀다. 녹스-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 사무치게 진실한 것은 어둠을 꿰뚫는 빛이 되고 마는 것일까?

이 책은 스웨덴에도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상태다. 박지홍 대표는 9일 한겨레에 “윤경희 번역가의 제안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작업도 힘들고 판매도 보장이 안 되어 엄두가 안 났다”며 “1~2년 지나는 동안 번역가도 여러 출판사에 타진해본 듯했는데 다들 난색을 표해 직접 출판사라도 차려 하겠다고까지 해 부끄러운 마음으로 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강 작가 등 필자를 선별해 메일로 “우정으로 부탁드리는 거라 사례가 힘들다. 대신 앤 카슨의 책이 나오면 계속 드리겠다”며 추천사를 제안했다. 기대와 달리, 한강 작가가 회신을 주기까지의 시간을 박 대표는 “바로”였다고 느낀다. 책은 많은 수작업이 필요해 여타의 단행본보다 제작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교보문고가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추가 주문을 했지만 12월 들어야 입고가 가능할 것으로 봄날의책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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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 l 앤 카슨 지음, 윤경희 옮김, 봄날의책(2022)
녹스 l 앤 카슨 지음, 윤경희 옮김, 봄날의책(2022)

■ 에로스, 달콤씁쓸한 앤 카슨이 고전학자에서 작가로 지평을 넓힌 첫 책이다. 자신의 학위 논문을 개작해 1986년 출간한 에세이. 한림원은 “에로스가 시의 본질이자 원동력이라는 점을 탁월하게 고찰했다”고 평가했다. “연인에게는 쾌락과 고통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사랑하는 대상의 욕망할 만함이 부분적으로 그 대상이 결핍되었다는 사실에 기인하기 때문”이라는 통찰을 포함하여 35개장으로, 사포 등 고대 그리스 시인의 시, 현대 작가의 시·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작품과 사료, 문헌을 통해 에로스의 형상을 실체적으로 붙든다.

국내에선 난다가 지난해 출간했다. 문학동네의 계열사이지만, 독립·독자적으로 앤 카슨의 초기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온 곳이다. 번역한 시인 황유원과의 협업도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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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난다를 이끄는 김민정 대표는 9일 에스엔에스(SNS)에 “앤 카슨의 첫책을 포함해 초기작 4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십여년 전 번역할 도서를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었나 하면 가장 ‘시적인 것’, 본질은 그 자장으로부터”였다고 썼다. 그 결과가 ‘에로스, 달콤씁쓸한’ 외 시집 ‘짧은 이야기들’(1992, 국내 2021)과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 국내 2021), 시·산문집 ‘플레인워터’(1995, 국내 2025)다. 김 대표는 “서로 다른 장르와 예술 형식을 오가며 경쾌하고 유연한 글쓰기를 보여왔던 그의 작아도 가벼워도 커도 무거워도 아이러니와 유머로 빛나는 그의 글 가운데” 시작은 “전채 같은 ‘짧은 이야기들’이 어떨까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앤 카슨의 첫 시집이다. 카슨은 시·소설·산문·비평 등을 넘나드는 실험적·통섭적 형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동시에 산문, 비평조차 시의 유전자 내지 시성(詩性)을 품는단 얘기이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라는 카슨의 지론이 연료가 되었을 뿐이다. 난다는 황유원 시인과 ‘앤 카슨 깊이 읽기’ 행사를 곧 열 예정이다.

에로스, 달콤씁쓸한 l 앤 카슨 지음, 황유원 옮김, 난다(2025)
에로스, 달콤씁쓸한 l 앤 카슨 지음, 황유원 옮김, 난다(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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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의 자서전 1998년 출간된 운문 소설이다. 한림원이 “카슨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또 다른 작품”으로 평가할 만큼, 앤 카슨을 대표한다. “고전 문학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며 그리스 신화 속 괴물 게리온을 “어머니에게 헌신적인 다정한 ‘영웅’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적인 성장 소설을 만들어낸다”는 게 한림원의 상찬이다. 앤 카슨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하며 한림원이 발표한 한줄 선정 사유인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빨강의 자서전 l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올김, 한겨레출판(2024)
빨강의 자서전 l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올김, 한겨레출판(2024)

종합하자면, 산문을 중심으로 가장 일찌감치 앤 카슨의 작품을 국내 소개한 곳이 한겨레출판, ‘시인’ 앤 카슨의 초기 시집 중심으로 라인업을 갖춘 곳이 난다다. 스웨덴에도 출간된 적 없는 ‘녹스’를 포함하여 제작 자체가 어려워 책의 물성이 더 귀해지는 작품은 봄날의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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