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구속 162km 경악! 韓에이스 무엇을 위해 팔 빠지도록 던졌나…90구→111구 투혼 “문동주 마음이 이랬겠구나” [오!쎈 도요하시]

[OSEN=도요하시(일본), 이후광 기자] 병역 혜택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오직 국가를 위해 공을 던진 투수가 있다. 팔이 빠지도록 던진다고 병역 면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결승전에서 무려 111구를 던지는 투혼을 펼쳤고, 마침내 3년 전 ‘0구 금메달’의 아픔을 말끔히 치유했다.
곽빈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 111구 역투를 펼치며 금메달 주역으로 우뚝 섰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이번 대회 MVP로 주저 없이 곽빈을 꼽았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원래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열감이 올라오고, 심박수도 빨리 뛰어야하는데 비도 오고 추워서 그런 부분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사실 1회 공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벤치에서 최원호 코치님, (소)형준이가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 하라고 해서 긍정적인 생각만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전광판에 직구 최고 구속이 162km가 찍히는 압도적 투구 속 6회까지 일본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곽빈. 투구수가 92개인 상황에서 7회 등판을 자청했으나 1사 1, 2루 위기에서 사토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힘이 떨어진 곽빈은 조병현에게 바통을 넘겼고, 조병현이 삼진 2개로 혼란을 수습하며 약속의 8회를 뒷받침했다.
중계화면 상 곽빈이 조병현과 교체되면서 7회를 마치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살짝 흘린 것처럼 보였다. 곽빈은 “난 울지 않았다. 빗물을 닦은 것”이라고 웃으며 “조병현에게 되게 고마웠다. 사실 7회 내 힘이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바통을 넘겼는데 병현이가 뒤에 나와 도와줘서 정말 다행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곽빈은 지난 2023년 항저우 대회 때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실력으로 당당히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으나 결전지 항저우로 출국해 첫 경기를 준비하던 도중 우측 날깨뼈 부위에 담 증상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몸살 기운이 더해지면서 링거 및 근육이완제 주사 3개를 맞았다. 곽빈은 진통제까지 복용하며 출전 의지를 내비쳤으나 결국 등판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
곽빈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기여도 없이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이유로 0구 금메달 투수라는 꼬리표가 뒤따랐고, 곽빈은 급기야 자신의 SNS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시간이 흘러 KBO리그 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곽빈은 류지현호에 와일드카드로 승선, B조 조별예선 1차전 대만전 선발을 맡아 6이닝 무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90구 완벽투를 선보였다. 곽빈의 수준이 다른 투구 덕분에 한국은 슈퍼라운드 일본전 0-5 완패에도 중국을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5일을 쉰 곽빈은 대망의 결승전 무대에 올라 개최국 일본을 압도, 대한민국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곽빈은 “항저우 때 (문)동주한테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이 자리를 와보니 동주가 어린 나이에 정말 큰 짐을 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맙다”라며 “내가 그 역할을 잘 해낸 거 같아 마음에 있던 한이 조금 풀린 듯하다. 이번 대회 나한테 점수를 주자면 100점을 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곽빈은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 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다 푼 느낌이다. 이번이 아마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거 같아 너무 다행이다”라며 “솔직히 한국야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대신 우리 어린 선수들이 정말 가능성이 많다. 질책보다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시면 대한민국 야구가 무조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곽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26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맏형으로서 2주 동안 함께한 동생들에게 할 말이 많을 터. 그는 “동생들이 너무 부담스럽게 도와줬다. (소)형준이는 ‘빈이 형 마사지 해드릴까요?’, ‘뭐 기다리세요? 제가 갈게요’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려고 했다”라며 “그렇다고 햄버거를 사오라고 시킨 적은 없었다. 내가 직접 다 시켜먹었다. 괜히 시키고 못 던지면 애들을 평생 못 볼 거 같아서 조용히 혼자 주문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곽빈은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 하고 소속팀 두산 베어스로 복귀해 대표팀에서 그랬듯 에이스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 두산의 순위가 사실상 5위로 굳어진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은 단연 곽빈이 유력 후보다.
곽빈은 “두산이 가을야구는 거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남은 경기 부상 없이 해야하는 게 가장 크다”라며 “빨리 체력을 회복해서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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