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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5, 2026

금발·짙은 화장·도톰한 입술···트럼프 오른팔 여성들, 꼭 닮은 ‘마가 페이스’와 충성 공식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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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새 대변인 케이티 자카리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새 대변인 케이티 자카리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새 대변인 케이티 자카리아(41)의 첫 기자회견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동안 시선을 자주 아래로 떨궜고, 기자들의 질문은 세 개만 받았다. 남편을 가리키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뜻하는 듯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정정하는 장면도 나왔다. 취임 첫날부터 불거진 것은 브리핑 실력만이 아니었다. 그가 변호사라고 소개해 온 경력에 의문이 제기됐고, 금발 머리와 짙은 화장, 매끄럽게 다듬은 외모는 전임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새 백악관 대변인 자카리아가 전날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험난한 데뷔’를 했다고 묘사했다. 실수를 연발하며 매끄럽지 않은 시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신의 관심은 어색한 첫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그를 ‘또 한 명의 마가 금발 미녀’로 묘사하며 외모에 주목했다. 마가(MAGA)는 트럼프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다. 미국 시사매체 뉴욕매거진도 ‘트럼프의 새 대변인 인선은 마치 배역에 맞춰 뽑은 듯하다’라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배역에 꼭 맞는 배우를 고르듯, 트럼프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들어맞는 인물을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전임자인 캐럴라인 레빗과 케일리 매커내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한 질문이 떠오른다. 세 사람을 나란히 놓으면 닮은 점은 외모에 그치지 않는다. 밝은 금발과 짙은 눈 화장, 도드라지는 입술 등 비슷한 스타일로 외신의 비교 대상이 된 세 사람은 경력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모두 보수 성향 방송과 정치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트럼프를 옹호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후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외모의 유사성을 가리키는 ‘마가 페이스’라는 표현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들에게서 반복되는 것은 비슷한 얼굴일까, 아니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방어해 온 경력까지 포함한 하나의 정치적 이미지일까.

방송에서 트럼프 옹호하다 백악관으로

자카리아는 페퍼다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의 로펌에서 일했다. 이민노동자 자녀 지원단체에서 모금과 홍보 업무를 맡았고, 모교인 페퍼다인대에서도 특별 프로젝트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트럼프 측근 리처드 그레넬이 설립한 보수 성향 단체 픽스 캘리포니아에서 법률고문 역할을 했으며, 올해 초에는 국토안보부 공보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일했다.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선임 커뮤니케이션 자문역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폭스뉴스와 뉴스맥스 등 보수 성향 방송에 출연하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백악관 대변인에 발탁되기 전부터 법률·공공기관·보수 진영을 거치며 대통령의 메시지를 방어하고 지지층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캐럴라인 레빗. 로이터연합뉴스

캐럴라인 레빗. 로이터연합뉴스

전임자 레빗의 경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레빗은 세인트앤셀름대 졸업 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통령 연설문 작성과 백악관 부대변인 업무를 맡았다. 이후 공화당 하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의 공보국장을 거쳐 2022년 뉴햄프셔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며,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캠프의 전국 공보 담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25년 트럼프 2기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이 됐다.

매커내니 역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대변인을 맡기 전부터 보수 성향 방송에 출연하며 트럼프를 지지했다. 매커내니는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폭스뉴스에서 제작 보조로 방송 경력을 시작해 CNN 정치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2017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대변인을 거쳐 2019년 트럼프 재선 캠프의 전국 공보 담당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AP연합뉴스

케일리 매커내니. AP연합뉴스

세 사람 모두 전통적인 정치부 기자나 정부 관료의 경력을 거쳐 대변인이 됐다기보다, 방송과 선거 캠페인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온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가 이들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뚜렷하다.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맞서고 지지층에 행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레빗이 기자들에게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으며 트럼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부 언론에는 강경하게 맞서는 모습을 조명하며 “트럼프 진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레빗의 방송 경험과 카메라 앞 전달력이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외모까지 닮았다는 지적…‘마가 페이스’란 무엇인가

자카리아, 레빗, 매커내니를 둘러싼 외모 논쟁은 이른바 ‘마가 페이스’라는 표현으로 번졌다. 금발 머리, 도드라지는 눈 화장, 매끄럽게 다듬은 얼굴과 강조된 입술 등 특정한 미용 이미지가 트럼프 주변 여성들에게서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더타임스는 자카리아를 다룬 기사에서 이 같은 외모를 트럼프 진영 여성들의 특징적인 이미지로 소개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같은 미용 시술을 받았다거나, 외모를 의도적으로 통일했다는 증거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닮은 외모를 근거로 인사 선발 과정에 특정한 미적 기준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외모의 유사성 자체보다, 외신들이 왜 이를 정치적 현상으로 해석하는가다.

뉴욕매거진은 자카리아의 발탁을 ‘센트럴 캐스팅’에 빗대며 트럼프가 선호하는 이미지와 충성심을 함께 조명했다. 트럼프는 레빗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8월 레빗의 퇴임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가 레빗을 향해 ‘그 얼굴, 그 두뇌, 그 입술’을 언급했다”고 짚었다. 대통령이 대변인의 메시지 전달 능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공개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레빗이 트럼프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지만, 허위 정보를 확산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했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대변인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는 동안, 대변인의 정치적 역할은 대통령의 메시지를 방어하고 비판적인 언론에 맞서는 데 집중돼 있었던 셈이다.

물론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둘러싼 관심은 트럼프 진영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외모를 칭찬하고, 언론이 여성 대변인들의 스타일을 반복적으로 비교한다면 외모는 단순한 개인 취향을 넘어 정치적 이미지의 일부가 된다.

실수한 대변인과 거짓 정보를 방어한 대변인

자카리아의 첫 브리핑이 전임자들과 다른 점도 있다. 레빗은 카메라 앞에서 말을 매끄럽게 이어가고 기자들과 대립하는 데 익숙했다. 자카리아는 반대로 원고를 읽는 데 의존했고, 질문을 받는 횟수도 적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카리아의 첫 브리핑은 14분가량 이어졌는데 질문을 받은 매체는 브라이트바트, 폭스뉴스, 데일리메일 세 곳에 그쳤다. 이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해온 곳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대변인들의 논란은 말실수나 어색한 전달에만 머물지 않았다. 가디언은 레빗이 트럼프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허위 정보 확산과 언론 자유 제한에 대한 비판도 받았다고 짚었다. 레빗은 취임 초기 조 바이든 전 정부가 가자지구에 콘돔을 보내는 데 세금 5000만달러를 쓰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가디언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기록이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대변인들에게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첫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2017년 취임식 참석 인원이 역대 최대였다는 주장을 펴 사진과 영상 자료를 근거로 반박을 받았다. 후임 세라 허커비 샌더스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두고 수사기관 내부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보고서에는 샌더스가 해당 발언에 근거가 없었다고 인정한 내용이 담겼다. 케일리 매커내니 역시 코로나19 유행 당시 트럼프의 발언을 둘러싸고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은 지난 8월 ‘트럼프의 다음 대변인은 앞선 다섯 명보다 거짓말을 더 잘할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보내며 전임자들의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변호사’ 경력 논란까지…충성심이 전문성을 대신할까

자카리아는 첫 브리핑 직후 법률 경력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변호사라고 소개했지만, 기자가 어느 주에서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느냐고 묻자 자카리아는 “중국으로 이주했을 때”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자카리아가 미국 어느 주나 워싱턴에서도 변호사 등록을 했다는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페퍼다인대 로스쿨에서 2011년 법학 학위를 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법학 학위와 변호사 자격은 다르다. 중국에서 일한 경력도 링크드인에 기재돼 있으나, 외국인이 중국에서 변호사로 등록해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법률회사에서 국제거래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휴스턴대 법학 교수이자 법조윤리 전문가인 르네 크네이크 제퍼슨은 로이터에 공직자가 자신의 전문적 경력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공적 신뢰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 전문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레빗의 백악관 브리핑을 분석하며 그가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연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 한 사람은 트럼프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공개 브리핑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충성심을 입증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카리아의 첫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남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국민과 언론을 향해 행정부를 설명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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