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이름은 김주애?"…국정원 첫 확인, 북한 발표는? [취재파일]

무슨 이상한 얘기인가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종석 국정원장이 어제(29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보위원들에게 내놓은 답변을 약간 각색해 써봤습니다. 어제 국감 현장에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대로 김주애가 맞는지를 이종석 국정원장에게 물었고, 이 원장은 실명이 맞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기사로 북한 사정을 접해온 시청자 또는 독자분들로서는 이미 김주애라고 불린 인물의 이름을 우리 정보당국이 확인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하게 여기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그간의 상황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SBS 역시 김정은의 딸이 등장할 때마다 김주애라는 이름을 기사에 사용해 왔습니다. 국내외 언론사들이 그간 김정은의 딸 이름을 김주애라고 써온 것은 한 미국 민간 인사의 방북을 통해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2013년 김정은의 생일 계기로 방북했을 당시 그의 딸을 만났다면서 딸의 이름이 김주애(Ju-ae)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이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보도되면서 김정은 자녀의 존재가 최초로 알려졌고, 이름 역시 주애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외국인의 입을 통해서 한글 이름이 전파되는 경우 와전이 되는 경험, 종종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김주애의 이름은 잠정적으로 그런 와전의 가능성을 일부 가진 상태로 사용되어 온 셈입니다. 김정은의 이름이 처음에 김정운으로 알려졌던 것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일본 매체에 그 같이 설명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이름은 정보를 제대로 취득할 수 있는 인사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 정보를 취득하는 인사가 같은 말을 쓰는 남한 쪽이 아닌 다른 말을 쓰는 외국인이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지는 정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주애의 이름이 널리 사용된 이후에도 국정원과 정부는 한동안 실명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김주애가 김주애가 아닐 수도 있다"며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탈북 외교관의 설명도 엇갈렸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는 저서인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금고'에서 김정은 딸의 이름을 김주애로 적었습니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관리 기관인 39호실을 관리하는 장인 전일춘 실장이 과거 주애를 안고 찍은 기념사진을 가지고 온 적이 있다면서 사진 뒷면에 장인이 적은 '주애(主愛) 공주님과 함께'라는 문구를 봤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이 이름의 의미를 묻자 장인은 김정은이 "만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예쁜 딸이 되라'는 의미라고 설명을 했다고 답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반면에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2024년 통일부와 연세대 주최로 열린 '2024년 국제한반도포럼' 행사장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의 딸이 '김주예'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저 역시도 김주애냐, 김주예냐, 혹은 김주혜가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봤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정부 역시 이번 판단이 있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김정은 딸의 이름을 김주애로 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점 등을 토대로 김주애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습니다. 국정원의 실명 판단이 나왔으니 이런 류의 혼선은 '일단' 한 단계 정리가 된 셈입니다. 국정원이 정보 판단의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첫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특정한 정보가 취득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김주애는 정말 김주애가 맞을까? 국정원의 정보가 확실한지를 따져보는 마지막 검증의 문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북한은 김정은 딸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정은 역시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는 '김정운'으로 불렸던 게 우리 정보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북한 매체에서 김주애가 김주애로 명확히 호명되기 전까지 김정은 딸의 이름은 잠정적으로 계속해서 김주애가 될 겁니다. 북한 매체는 그저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등으로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녀의 동정을 사진으로 자주 접하는 북한 주민들은 어떨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김주애라는 이름조차 대부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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