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치로 미어캣 코·입 비틀어…37마리 학대·방치한 실내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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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 실내동물원에서 미어캣의 코·입을 펜치로 비틀고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등의 동물학대가 벌어졌다. 전시 중인 사막여우, 기니피그, 토끼는 상처를 입거나 질병을 앓는데도 방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20일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원 업주에 대한 엄정 수사와 동물원수족관법 강화를 촉구하며 동물학대 실태를 공개했다. 단체가 확보한 내부 고발·시시티브이(CCTV) 영상에 따르면, 해당 업주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 사업장에서 동물 37마리를 학대·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수도권에서 동물원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모두 지자체에 등록된 정식 동물원이다.
영상에서 업주는 미어캣이 전시장으로 도망가자 뒤쫓아가 꼬리를 붙잡고는 손으로 머리 등을 폭행한다. 이어 미어캣이 몸을 늘어뜨리자, 전시장 밖으로 데리고 나와 펜치로 코와 입을 비틀고, 치아 일부를 잘라내는 등의 학대를 가했다. 학대당한 미어캣의 현재 행방과 생존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업주는 사육사를 문 미어캣을 훈육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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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은 전시·개인 사육이 부적합한 종일뿐 아니라 학대 행위로 극심한 고통·공포를 느꼈을 거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혜원 경복대 반려동물보건과 교수(수의사)는 “사회적인 동물인 미어캣은 무리로 사육하지 않으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서 “전시를 하려면 숨을 공간이나 인간과의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펜치는 미어캣처럼 작은 몸집의 동물에게 치명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아 끝이 잘리면서 신경이 노출됐다면, 큰 통증이 유발되는 동시에 먹이 섭취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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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뿐 아니라 여러 전시동물이 부상·질병을 앓는 모습도 확인됐다. 피부병을 앓는 것으로 보이는 사막여우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지점으로 반출됐고, 카피바라·토끼는 발·눈 등에 상처와 질병이 관찰됐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직원들이 자체 판단으로 약물을 주사하는 등 수의사법 위반 정황도 발견돼 단체는 이 또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단체는 이번 사건이 특정 업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가 올해 이 시설을 여러 차례 점검했고, 그 가운데 한 번은 ‘동물원검사관’(수의사 또는 동물원·수족관 5년 이상 근무자)도 참여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그런데도 반복된 동물의 피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현행 점검 기준과 방식이 전시동물의 복지·처우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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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해양수산부차관 차관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정부 자문기구인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신설된 위원회는 동물복지와 서식환경 개선, 관련 제도 개선, 동물원 종합계획 평가, 검사관 위촉 등 동물원 관리 전반을 자문하는 기구다. 그러나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위원회 회의는 4차례뿐이었고, 그마저도 모두 서면 의견 수렴으로 대신했다. 운영이 형식에 그친 셈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원수족관법의 관리, 감독 체계가 동물의 안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부는 동물전시시설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오락 목적의 동물 체험 금지·엄격한 시설 허가 기준 등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학영 의원은 “법으로 마련한 관리 제도가 형식적인 운영에 머물러서는 동물의 피해를 막기 위한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며 “법·제도가 현장에서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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