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상대도 스파이일 수 있다”…오픈AI, 직원들에게 경계령

카페·공원서도 스파이 경계
성적 유혹 ‘허니트랩’도 경고
회사 로고 새긴 옷 착용 자제
회의실 도청 의혹에 긴장 고조
“누군가 당신에게 접근해 유혹한다면, 그 사람이 스파이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직원들에게 산업스파이 경계령을 내렸다. 카페에서 대화를 엿듣는 사람부터 돈을 제안하는 지인, 성적 유혹으로 접근하는 상대까지 모두 기업 기밀을 노리는 스파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보안 경계가 일상생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직원 보안 교육에서 다양한 산업스파이의 접근 수법을 경고하고 있다. 카페에서 직원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금전을 대가로 내부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은 물론, 연애나 성적 관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이른바 ‘허니트랩(Honey Trap)’도 주요 위험 사례로 제시했다.
심지어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와 친근하게 말을 거는 낯선 사람도 잠재적인 스파이일 수 있다고 교육한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밖에서 오픈AI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소속 회사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보안 경계가 주목받은 것은 최근 오픈AI 내부에서 발생한 도청 의혹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오픈AI 엔지니어 압둘라흐만 알포잔은 회사의 기밀 회의실에 녹음 장치를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연방 수사당국은 알포잔이 초소형 마이크를 화장지로 감싼 뒤 회의실 TV 뒤에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포잔은 실리콘밸리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기밀이 유출됐는지, 외국 정부가 관여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픈AI가 이처럼 보안에 민감한 것은 최첨단 AI 모델의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모델을 개발한다. 경쟁사가 내부 기술이나 학습 방법을 확보할 경우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구글 클라우드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를 지낸 필 베너블스 발리스틱벤처스 파트너는 WSJ에 “소수의 최상위 AI 기업에 막대한 가치가 집중되면서 이들이 다른 기업보다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과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모델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기초 AI 모델은 챗GPT처럼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범용 AI를 뜻한다.
보안 위협은 오픈AI만의 문제가 아니다. WSJ에 따르면 다른 주요 기술 기업들도 직원들에게 외부 인물이 회사 기밀을 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거 기업 보안이 주로 서버와 네트워크에 대한 외부 침입을 막는 데 집중됐다면 이제는 직원들의 사적인 만남과 일상적인 대화까지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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