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대사, 북한에 “지뢰 매설 사과 촉구”…정부, 유엔 통한 추가 상응조치 나서나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엔총회 회의에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로 발생했다”며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지뢰 매설에 대한 상응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가 국제사회를 통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8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지뢰 폭발은 MDL 남측에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에 의해 발생한 것임이 확인됐다”며 “이는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차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공개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북한에 요구했다.
차 대사의 연설 이후 북한 측은 발언권을 얻어 “정당한 주권 행사인 남측 접경지 요새화 조치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방해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남쪽 접경지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욱 단호하고 과감하게 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후 남북은 재반론과 재재반론을 이어갔다.
정부가 군축·국제 안보를 다루는 유엔 정례 회의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상응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상응 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외교적 대응을 언급했다.
조 장관은 당시 안보리 결의안 채택, 안보리 의장 성명 발표, 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 등을 거론했다. 조 장관은 유엔을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네 가지 방안을 다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회의에서 유엔대사의 공개 사과 요구는 선제적으로 이뤄진 외교적 대응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회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문제를 환기하는 효과는 있지만 유엔 안보리 회부처럼 문제 제기의 공식 절차는 아니다. 정부는 2015년 북한의 MDL 이남 목함지뢰 매설로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을 때는 주유엔 대사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정부는 향후 유엔을 통한 추가 상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유엔 대사의 이번 연설을 두고 “국제사회에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알리는 일환”이라며 “추가적인 계기가 있으면 유엔을 통해 상응 조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엔을 통한 외교적 대응 외에 군사적 상응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의 최초 시험 발사를 직접 참관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의 참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한국군 첨단자산을 시연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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