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여성·흑인·소수인종 최초’ 타이틀 …미국 정치사의 새 기록 쓰다 [플랫]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여성과 유색인종, 성소수자 후보들이 잇따라 역사를 새로 썼다. 공화당의 아성인 조지아주에서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탄생했고, 플로리다주에서는 공화당 소속 첫 흑인 남성 주지사가 나왔다. 원주민 여성과 공개 성소수자 남성도 각각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미국 정치권의 유리천장을 깨는 ‘최초’의 기록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키샤 랜스 보텀스 조지아주 민주당 주지사 당선자가 애틀랜타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에서 열린 개표 결과 발표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보텀스는 공화당 주지사 후보 릭 잭슨을 누르고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 키샤 랜스 보텀스 후보는 조지아주 주지사에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주지사다. 보텀스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랜타 시장을 지냈으며 2020년 미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주지사에 당선된 것도 처음이다. 역대 주지사 83명이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상징성이 크다. 보텀스는 억만장자 사업가인 공화당 릭 잭슨 후보를 꺾고 23년 만에 조지아주에서 당선된 첫 민주당 주지사가 됐다.
뉴멕시코 주지사로 당선된 데브라 할런드가 2026년 6월 2일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 지명 투표 후 야간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뉴멕시코 주지사에 당선된 데브라 할런드 민주당 후보는 최초의 미국 원주민 여성 주지사가 됐다. 라구나 푸에블로 부족 원주민인 할랜드는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장관으로 내무부를 이끌었다. 내무부는 연방 토지와 자연자원 관리뿐 아니라 약 600개 연방 인가 원주민 부족과의 관계를 관장하는 부처다. 원주민 남성 주지사가 나온 전례는 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1950년대에 존스턴 머리(민주) 전 주지사가 최초의 원주민 주지사로 당선됐으며 현재는 원주민 출신 케빈 스티트(공화) 주지사가 재임하고 있다.
할랜드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마지막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라며 더 많은 원주민 여성이 정치권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6년 11월 3일 화요일,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열린 민주당 상원 후보 페기 플래너건의 선거일 행사에서 지지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원주민 후보는 35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미네소타 부지사 출신의 페기 플래너건(민주) 후보는 최초의 원주민 여성 상원의원이 됐다. 알래스카 상원의원에 도전한 메리 펠톨라(민주) 후보도 당선되면 플래너건과 함께 최초 원주민 여성 상원의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공화당에서도 첫 흑인 주지사가 나왔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친트럼프 성향의 바이런 도널즈 연방 하원의원이 당선돼 주 역사상 첫 흑인 주지사가 됐다. 공화당 소속 흑인 남성이 주지사에 당선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금융인 출신인 도널즈는 공화당 내 강경 우파로 분류된다. 2016년 플로리다주 의회에 진출한
의회에서도 성소수자와 유색인종의 대표성을 넓히는 기록이 나왔다. 뉴햄프셔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의 크리스 파파스 후보는 미 최초의 오픈리 게이(성적 지향을 공개한 남성 동성애자) 상원의원이다. 그는 뉴햄프셔주에서 4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이번 선거운동에서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출마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성적 지향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줄리아나 스트래튼 부주지사가 3월 1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예비선거 밤 행사에서 예비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일리노이주에서는 민주당 줄리아나 스트래턴 부주지사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스트래턴이 취임하면 미국 상원에서 흑인 여성 의원 3명이 동시에 활동하게 된다. 상원 역사상 처음이다.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의원과 함께 일리노이주를 대표하면서, 한 주에서 두 명의 유색인종 여성이 동시에 상원의원을 맡는 첫 사례도 만들어진다.
민주당의 미시간주 상원의원 후보인 압둘 엘사예드가 당선되면서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3일(현지시간)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시간 민주당 상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 상원의원 후보의 선거 유세 행사에서 시민들이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중간선거에서 출마한 여성 후보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럿거스 미국 여성정치센터에 따르면 현직 의원을 포함해 약 300명이 상원과 하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번 선거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 진출한 민주당 여성 의원 수가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 의장인 테레사 레거 페르난데스(뉴멕시코) 하원의원은 “여성들은 투표에 참여해 100명이 넘는 민주당 여성 후보를 하원의원으로 선출함으로써 역사를 만들었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시민단체 스테이트보이시스의 회장 알렉시스 앤더슨 리드는 “이러한 최초의 기록들은 미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공동체는 수년간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가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당선은 모두 이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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