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조 넘게 판 외국인, ‘3개월 뒤’에는 돌아오려나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외국인 ‘큰손’들이 언제 돌아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과거 사례로 보면 지수가 크게 하락한 뒤 외국인이 돌아오는 데 평균 3개월 걸렸으나 이번엔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에 관심도가 차갑게 식어 이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6000선 아래로 내려온 뒤 한 달 가까이 뚜렷한 방향 없이 횡보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의 3분기 영업적자와 오라클의 채권 발행 소식에 인공지능(AI) 투자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는 3.59% 급락했다.
4일에도 장중 4%까지 빠지는 롤러코스터 장세 끝에 0.62% 오른 5683.8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2조50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시 반등의 관건은 외국인 수급이라는 분석이 하반기 내내 나왔지만 외국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월 이후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1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12조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이 주목한 건 ‘11월 이벤트’였다. 지난달 현대차증권은 미국 중간선거 및 오는 18~19일로 거론되는 트럼프·시진핑·푸틴 회동,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앤트로픽 상장을 외국인 복귀의 변수로 꼽았다. 이 이벤트들을 거치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11월 중·하순부터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이벤트만으로는 코스피를 다시 달굴 ‘재료’로는 부족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10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상당히 고착화돼 있으며 추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과 같은 외국인 수급 공백을 겪었던 2002년, 2008년, 2020년에는 코스피는 3개월가량 바닥을 다진 뒤에야 상승했다.
과거 사례대로라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코스피의 고점 대비 낙폭은 약 40%로 2002년(28%)과 2020년(26%)보다 크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앞선 세 차례를 모두 웃돈다. ‘3개월 뒤 반등’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해외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식었다. 구글의 검색어 통계 서비스인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용자들이 ‘korean stock market’ 키워드를 검색한 지수는 지난 6월 100을 기록한 뒤 10월에는 11로 떨어졌다. 거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구글 트렌드는 조사 기간 중 검색이 가장 많았던 시점을 100으로 놓고 나머지 시점을 상대값으로 나타낸다. ‘samsung stock’은 6월 100에서 10월에는 14로, ‘kospi’는 지난 7월 100에서 10월에는 35로 낮아졌다.
흔히 말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은행·연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글로벌 개미’들의 관심이 수급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다만 올 상반기 영미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한국 기업 이름을 찾아보며 국내 증시에 관심을 쏟은 것과는 정반대로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외국인이 돌아올지 가늠할 지표로 ‘미국 하이일드(HY) 채권 스프레드’를 꼽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미국 기업이 돈을 빌릴 때 미국 국채보다 이자를 얼마나 더 얹어 줘야 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떼일 위험이 큰 회사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고, 그만큼 스프레드가 벌어진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매는 이 스프레드와 가장 밀접하게 움직였다. 미국 신용시장에서 불안이 커질 때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더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이 스프레드는 최근 2.64%에서 3.12%로 오히려 높아졌다.
결국 미국 시장의 불안 심리부터 가라앉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추세적 복귀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이익 전망치가 회복되는 동시에 미국 HY 채권 스프레드가 하향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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