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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26, 2026

[점선면]민주당, 반도체 R&D ‘52시간’ 제외 검토…전엔 반대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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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정부의 메가특구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8월1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정부의 메가특구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초광역특구법(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논란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 산업특구에 여러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인데요.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등까지 풀어주는 조항이 들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국민의힘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할 때는 반대했던 민주당이, 집권 후 사실상 똑같은 법안을 내놓은 겁니다.

점(사실들): ‘52시간’ 풀어버린다고?

민주당은 지난 20일 두 가지 버전으로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했습니다. 논란의 조항인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들어간 법안(박상혁 의원 대표발의안)과 들어가지 않은 법안(최기상 의원 대표발의안)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처리 시점을 못박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치겠다”고 법안 동시 발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건 박상혁 의원안입니다. 고소득 관리자와 연구·개발(R&D) 전문직에 한해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어요. 이런 제도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이라고 부릅니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선(맥락들): 경영계 “환영” 노동계 “규탄”

오래전부터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바라 온 반도체 기업들은 박상혁 의원안을 환영했습니다. 박건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 회의에서 “반도체 업계가 숙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핵심 R&D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라며 “연내 실현되도록 갈망하고 있다”고 했어요.

노동계는 반발합니다. 한국노총은 “노동계와 협의도 끝나지 않은 노동특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했어요.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저울질하는 민주노총은 “본격적인 쟁점 논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개악안이 포함된 법안을 발의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고요.

정부 부처 입장은 어떨까요? 우선 경제 부처인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메가특구법에 노동 관련 예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됐으면 하는 것이 저희 바람”이라며 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했어요. 반면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대화의 시한을 미리 정하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면(관점들): 윤 정부 때는 반대해놓고, 왜?

그런데 ‘반도체 R&D 52시간 예외’라는 말, 왠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2024년 윤석열 정부 때 국민의힘이 추진했던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도 이거였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논의 끝에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습니다. 그해 겨울 12·3 불법계엄으로 국정 동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란도 자연스레 사그라들었죠.

하지만 ‘논의 끝에’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때도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찬반 입장 결정을 망설였습니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끝까지 ‘논의해볼 수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고요. 그랬던 민주당이기에 노동계는 우려합니다.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나설 수 있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박상혁 의원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무늬만 복수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고요.

지난 정부 때 반도체특별법안에 쏟아졌던 비판을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과로에 시달리는 반도체 업계인데 노동시간 규제까지 풀어주면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받고, 산업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출신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은 당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입사원 지원이 줄고 능력 있는 이들은 다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후공정 중견기업에서 생산직(오퍼레이터)으로 일하는 A씨는 경향신문에 “생산직·엔지니어를 가리지 않고 매년 직장 동료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소식을 듣는다”며 “지금도 현장의 과로를 본 신입들이 1년도 안 돼 나가는 바람에 기간제와 아르바이트까지 투입하는 상황이고, 엔지니어들은 2~3년 경력을 쌓고 다른 회사나 외국 회사로 나가버린다”고 했습니다.

‘답정너’식 숙의가 아닌,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두고 제대로 된 숙의를 거쳐야 하겠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장시간 근무와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지역 균형발전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원대한 계획이 ‘노동개악’과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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