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쫓는 현대차 자율주행…“양산 5년 안에 경쟁사 데이터량 추월”

광고
양쪽에 주택가가 늘어선 좁은 골목길, 오른편에 서 있는 택배차를 인식한 자율주행차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어 피해 지나갔다. 이후 자전거를 탄 사람이 보이자 속도를 시속 16㎞에서 4∼5㎞ 수준까지 낮췄다.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는 직진 차량 2대를 먼저 보낸 뒤 천천히 움직였다. 차선을 살짝 넘어온 차량이 있거나 버스·화물차 등 대형 차량이 옆으로 다가올 때 별문제 없이 피해 가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자체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인 ‘아트리아 에이아이’를 탑재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험차의 서울 도심 주행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영상 속 차량은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그룹 소프트웨어 계열사 포티투닷이 함께 개발 중인 아트리아 에이아이 기반 레벨2++ 자율주행 시험차다. 첨단차플랫폼본부가 양산차 적용과 안전·품질 검증을, 포티투닷이 핵심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맡는다. 영상 속 운전석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지만, 조향과 가감속, 차로 변경 등은 차량이 스스로 수행했다. 레벨2++는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 주행 책임이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는 ‘고도화한 운전자 보조 기능’에 해당한다.
주행 장면만 놓고 보면 아주 낯선 기술은 아니다.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감독형’(FSD)을 경험한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수준의 주행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사고가 없었느냐”만이 아니다. 차로를 바꾸고 장애물을 피해 가는 데 성공했더라도, 차 안의 탑승자가 순간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면 그 장면은 다시 학습 대상이 된다.
광고
실제 영상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다. 판교에서 광화문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 자율주행차는 차로가 줄어드는 지점에 들어서고도 한동안 그대로 달리다가, 오른쪽 차로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왼쪽으로 차로를 옮겼다. 운전석에 앉은 정성균 포티투닷 아트리아 그룹리드는 해당 상황에 대해 “사용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실제로 안전하면서도 심리적 안정감까지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중 경쟁사 제친다…‘데이터 플라이휠’ 가동
광고
광고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시간표는 미국·중국 경쟁사와 비교하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들은 이미 고객 차량과 실제 도로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레벨2 운전자 보조 기능을 고객 차량에 제공하고 있고, 웨이모는 피닉스·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운전자 없는 레벨4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포니.에이아이, 바이두 아폴로고, 위라이드 등 자율주행 업체들이 주요 도시에서 운전자 없이 달리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격차를 의식하면서도, 완성차 업체로서의 양산 규모를 활용하면 데이터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 190여개 나라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만큼, 양산차의 센서와 컴퓨팅 체계가 표준화되면 대규모 데이터를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균 리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본격 양산하면 5년 안에 경쟁사들이 그동안 누적한 데이터량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현대차그룹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세운 핵심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차량이 실제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인공지능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반복 구조다. 차가 많이 달릴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이 까다로운 상황을 더 잘 배우며, 개선된 인공지능이 다시 새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데이터 플라이휠이 잘 작동하기 위해 데이터 양만큼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자율주행 성능이 좋아지려면 차로 끝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폭이 일정하지 않은 교차로,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은 도심 도로처럼 드물지만 판단이 까다로운 장면들이 필요하다.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는 자율주행 중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시점 전후 15초의 센서 정보와 차량 내부 신호, 아트리아 에이아이의 처리 결과 등을 기록해 서버로 보내는 장치다. 개발자들은 이 데이터를 다시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다.
이 플라이휠을 실제 양산차에서 빠르게 돌리기 위한 실행 전략은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먼저 엔비디아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을 활용해 양산 속도를 높인다. 동시에 포티투닷과 함께 자체 자율주행 인공지능인 아트리아 에이아이를 개발해 핵심 기술을 내부에 쌓는다. 검증된 외부 솔루션으로 먼저 양산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자체 인공지능 고도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말 시작될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은 아트리아 에이아이를 실제 국내 도로에서 검증하는 무대다. 광주 전역의 주거지와 상업지 등 실제 생활권에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해 레벨4 수준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는 대규모 정부 주도 실증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아트리아 에이아이를 적용한 아이오닉5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선행 실증 차량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광고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반기 엔비디아 기반 레벨2+ 기능을 양산차에 먼저 적용하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기반 레벨2++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영상 속 차량처럼 아트리아 에이아이를 탑재한 레벨2++ 기능은 2029년 하반기 양산차 적용이 목표다.
박 대표는 아트리아 에이아이 양산 시점을 2029년 하반기로 잡은 데 대해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양산하면 우리가 정말로 가야 할 목표와 거리가 먼, 어정쩡한 레벨2++를 양산하게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능을 빨리 내놓기보다 실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과 주행 자연스러움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까지 주차 등 여러 기능의 완성도를 높이고, 2028년에는 실제 차량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안전성을 검증한 뒤, 2029년 국내외 안전 인증을 거쳐 하반기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드웨어도 이런 시간표에 맞춰 설계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양산차에 표준화한 센서 체계와 인공지능 컴퓨팅 플랫폼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차종별 차이는 있지만 카메라 10개, 전방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 12개를 기본으로 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7∼8년 전에 산 차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끊기지 않는 수준으로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설명하는 자율주행, VLA도 개발

자율주행차가 사고 없이 주행을 마쳤더라도 탑승자가 움직임을 어색하거나 불안하게 느낀다면, 사람의 판단 방식과는 아직 간극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시각-언어-행동(VLA) 기반 자율주행은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한 차세대 기술로, 차량이 카메라로 본 도로 상황을 언어로 해석한 뒤 실제 주행 행동으로 연결한다. 예컨대 차량이 자신이 몇 번째 차로에 있는지, 내비게이션 경로를 따르려면 어느 쪽으로 차로를 바꿔야 하는지를 문장으로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정하는 식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올해 초 공개한 추론형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요’와 같은 계열의 기술이다. 센서가 본 정보를 차량 행동으로 직접 연결하는 엔드 투 엔드(E2E) 방식보다 더 많은 연산 자원이 필요하지만, 언어 기반 추론을 활용해 희귀 상황에 대응하고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 사람 운전자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양산 적용 가능성이 높은 엔드 투 엔드(E2E) 기반 아트리아 에이아이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차세대 브이엘에이 기술도 병행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우 대표는 “시장에 빠르게 내놓는 것만을 목표로 기술의 완성도나 품질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고객의 안전과 신뢰에 직결되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와 인공지능, 검증이 반복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