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 무너진 프랑스…“극좌·극우 분열에 중도 사망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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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대한 고교생들의 불만에서 시작한 프랑스 시위가 물가 급등과 긴축정책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부족 등 정부를 향한 분노로 번지고 있다. 거리의 폭력과 약탈에 시선이 쏠리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오래 누적된 경제적 불만과 극좌·극우로 깊이 갈라진 정치적 균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얀 로브니 프랑스 파리정치대(시앙스포) 유럽연구·비교정치센터(CEE) 정치학 교수는 20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2017년 이후 누적 25%의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를 겪은 시민들의 광범위한 불만을 분출시키는 촉매가 됐다고 봤다. 그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는 일리가 있다”며 “더 넓게는 공공서비스에 관한 문제이자, 지구가 뜨거워지고 인공지능(AI) 모델이 가동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삶과 노동이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소요의 배경에 ‘높은 세금과 국가 신뢰를 바탕으로 강력한 공공서비스와 복지를 보장한다’는 프랑스의 사회계약이 무너졌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제도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팬데믹 이후 거듭된 경제적 충격을 겪은 중소도시·도시 외곽 주민들의 불만과 결합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6월 말 기준 3조5960억유로(약 5356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이르는 등 강한 지출 감축 압박을 받고 있지만, 시민들은 학교와 병원, 복지에 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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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니 교수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 분열의 출발점이 아니라, 이미 갈라진 프랑스 사회의 불만이 분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로브니 교수는 프랑스 정치가 “급진좌파, 급진우파, 그리고 중도좌파·중도·중도우파의 잔존 세력이라는 세 축으로 깊이 갈라져 있다”며 프랑스의 “정치적 중도는 거의 사망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9년을 프랑스 중도가 무너진 과정으로 평했다. 로브니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은 전통 정당들을 제거하면 자신과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의원인 마린 르펜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고, 그 경쟁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결과는 르펜의 입지만 강화됐다고 했다. 사회당에서 탈당해 ‘개혁’을 내세우며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초 사회당의 기반을 무너뜨렸고, 집권 후반에는 우경화하면서 우파 공화당도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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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프랑스에 르펜에 맞설 만한 유력한 주류 정당은 남아 있지 않게 됐다”며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쪽도 극우”라고 내다봤다. 시위가 약탈·방화로 격화하면서, 강경한 법질서 대응을 지지하고 시위대를 인종적 틀로 규정하는 담론을 내세우는 극우에 크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르펜이 “6차선 고속도로를 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그는 정부가 ‘폭력 사태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극좌 세력도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짚었다. 로브니 교수는 “좌파 유권자 가운데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지만 시위대와 학생들에게 공감하는 이들의 표가 있다”며 극좌 정당으로 분류되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폭력과 연결되더라도 일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권이 없는 고교생을 포함한 학생들의 결집도 극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시위가 한쪽에는 공공서비스의 위기로, 다른 쪽에는 치안과 질서의 위기로 받아들여지며 각자의 진영을 결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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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니 교수는 “프랑스는 역사적 자부심이 강한 나라이지만, 이제는 그저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또 하나의 유럽 국가일 뿐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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