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헬멧 벗기고, 신분증 내라는 ‘천룡인 아파트’…“모멸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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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강남구 등에서 9년째 배달 일을 하고 있는 배달 노동자 김형수씨는 “강남 일대 고급 단지 ‘천룡인 아파트’에 가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고, 경비실에서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게 하며 심지어 신분증을 맡겨야 하는 곳도 있다. 신원을 확인한답시고 헬멧을 벗게 하고, 엘리베이터 역시 주민들이 타는 것이 아닌 화물용을 타게 해 모멸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1일 배달플랫폼노조와 서비스연맹, 배달라이더 카페 ‘배배배’가 이강일·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 간담회실에서 연 ‘천룡인 아파트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씨는 배달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씨를 비롯한 배달 노동자들은 오토바이와 배달 노동자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아파트를 ‘천룡인 아파트’로 부른다. 천룡인은 일본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세습 특권 계층으로, 천룡인 아파트는 이에 빗대 아파트가 배달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 서울에만 117곳의 아파트가 배달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했으며, 10명 중 6명이 주민이나 경비원과 마찰을 겪는 등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제보로 만들어진 ‘천룡인 아파트 지도’를 공개했다. 천룡인 아파트는 전국 177곳인데 서울이 119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만 78곳이 몰려 있었다. 홍 위원장은 “천룡인 아파트 문제가 처음 공론화됐던 2021년 약 100여곳으로 조사된 것보다 늘어났고, 서울 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합원 20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5%가 천룡인 아파트에서 주민 또는 경비원과 마찰을 겪었다고 답했고, 62.9%는 천룡인 아파트로 가는 배달 콜을 받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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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정조’는 서울 성동구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등을 천룡인 아파트의 예시로 들었다. 정조는 “안전 문제로 오토바이의 단지 내 출입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우편배달 오토바이는 들어갈 수 있고 음식배달 오토바이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리도 그냥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대우받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천룡인 아파트가 배달 노동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관리사무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고, 이름이나 전화번호, 차량번호 등도 법적 근거와 필요성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외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리규약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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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배달 노동에 대한 보호를 담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마련, 노동자 개인의 정보 대신 배달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배달 주문번호를 수집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홍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의 주문번호를 통해 배달 노동자를 충분히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이 이를 설명하거나, 도보 배달을 통해 발생하는 추가 노동에 대해 할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배달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표준 규정을 만들어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반영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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