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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21, 2026

학생 정신건강, 검사가 아니라 사람이 지킨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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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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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장·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필자는 진료와 상담, 학교 자문, 위기개입, 자살 유가족 상담을 통해 매일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만난다. 현장에서 보면 자해하거나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10대 사망원인 1위이고, 10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8.6명)은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학생 정신건강에는 개인의 심리적 특성, 부모와의 관계, 학교생활, 또래 관계, 사회문화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을 펴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변화는 시작됐다. 정부와 교육계는 학생 자살 예방 대책과 예산을 늘리고 있고, 학교에도 전문상담(교)사 배치, 위기 학생 선별과 전문기관 연계,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등 지원체계가 갖춰지고 있다. 진료하는 의사로서, 또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장으로서 반가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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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학생 선별의 출발점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정행특)다. 매년 초등학교 1·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도움으로 잇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선별력이 낮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응답하는 방식이라 솔직하게 답하지 않으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3년에 한번 시행돼 그사이의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평가 주기와 방법을 조정하고 디지털 자가 점검 도구를 개발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다만 정행특은 진단 검사가 아니라 1차 선별 도구이고, 어떤 검사도 자살 위험을 완벽하게 걸러낼 수는 없다. 필자가 만난 한 유가족의 자녀도 정행특에서는 정상군으로 나왔고 학급 임원을 맡을 만큼 학교생활을 잘했다. 그런데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 학교 캠프를 다녀온 뒤 친구들과 멀어져 급식실에 가지 않는 날이 늘었고, 배가 아프다며 조퇴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머니는 당시 이를 피곤해서 그러려니 여겼다. 아이를 떠나보낸 뒤 일기장에서 ‘죽고 싶다’는 글을 발견하고서야 “복통도, 잦은 조퇴도, 기운 없던 모습도 다 신호였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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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는 검사지가 아니라 아이의 일상에 있었다. 학생 자살을 줄이려면 매일 학생을 만나는 부모와 교사가 이런 신호를 알아차려 도움으로 연결하고, 학생 스스로도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네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가정의 관심과 대화다. 대화가 줄수록 자녀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부모는 자녀의 수면과 식사, 대인 관계, 감정 상태를 살피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이나 반복되는 복통 같은 신체 증상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일정 시간 부모 교육을 이수하면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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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교실에서 이상 징후를 알아채고 연결하는 일이다. 표정과 말수의 변화, 교우 관계 단절, 잦은 결석과 조퇴, 급격한 성적 하락은 위기의 조기 신호일 수 있다. 이를 놓치지 않도록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상담과 치료로 이어지는 경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학생들이 힘들 때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배우는 정신건강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

셋째, 학교와 가정의 협력이다. 학교가 위기 징후를 발견해도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 전문기관 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는 “우리 아이는 집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외면하기보다 학교와 정보를 나누며 대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 일찍 도움을 받을수록 회복도 빠르다.

넷째, 디지털 환경 조절이다. 에스엔에스(SNS)는 비교와 자극으로 부정적 정서를 키울 수 있고, 판단력이 아직 발달 중인 청소년은 그 영향에 특히 취약하다. 늦은 밤 사용, 갑작스러운 계정 삭제나 게시물 변화는 눈여겨봐야 할 위기 신호다. 사회적·교육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아동기부터 건강한 디지털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정행특은 출발점일 뿐이다. 학생을 지키는 것은 매일 곁에서 변화를 알아차리고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발견한 위기 학생을 곧바로 도움으로 잇는 촘촘한 체계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한 아이를 살리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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