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올가을 북·미 정상회담 추진한다”는 트럼프에 쏠리는 기대와 우려···‘한국 패싱’ 막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사진. 2019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성과가 간절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의 승리가 요원해지자 김 위원장과 만남에서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물론 미 국방부 참모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채 한·미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축소시킨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 정부가 향후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패싱’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한 올가을 내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성사시키라고 참모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즈음 아시아 순방을 하면서 김 위원장과 대면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아직 정상회담을 위한 공식적인 준비 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단된 북·미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때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했다. 미국은 북한도 당시 물밑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사이가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합성 사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면서 ‘이봐 도널드, 우리 사이 괜찮지?’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비핵화 전제 조건 없이 만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에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전문가들은 만약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더라도 상징적인 만남에 그칠 뿐 근본적인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러시아·중국과 밀착해 온 김 위원장이 다시 외교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에 긴장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드러낼수록 기대와 동시에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한국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문가는 물론 참모의 의견조차 배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직감에만 의존하는 트럼프식 외교 정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미연합훈련이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존중을 보여준 국가(북한)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이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16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러시아에 대규모 추가 파병을 계획하고 있는데도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며 위협적이지 않은 나라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사이좋은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외교적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사전 조율 없이 아시아에 대한 안보 공약을 얼마든지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
미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로 여겨졌지만, 두 번째 임기에는 매우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CNN에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실시 중인 가운데 18일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들이 방수 커버로 덮여 있다. 권도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 외교관인 사이먼 후타갈룽은 유라시아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한·미 관계는 임기응변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한 양자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는 점점 더 공세적인 중국의 전략적 이익 추구, 급변하는 러시아의 전략 환경으로 인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보여주는 초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에서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듯한 조짐을 보인다면 이는 한국의 신뢰만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정치 평론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초강대국이 신뢰를 잃는 방법’이란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기고 글에서 “동맹들은 미국의 약속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 믿어왔다”며 “하지만 미군 병력의 파병이나 철수, 관세의 인상이나 인하, 오늘 체결된 합의의 존속 여부조차 알 수 없다면 동맹들은 미국에 더 순종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독립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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