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구멍’ 드러낸 ‘송파 장모 살인’…“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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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해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된 20대 남성 김아무개씨가 ‘우발적 살인’을 주장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이미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김씨는 경찰이 1차 접근금지 종료 뒤 2차 접근금지를 신청해 법원이 심사하는 사이 범행을 저질러, 임시조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새벽 서울 송파구의 한 길가에서 장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배우자를 차량에 태워 도주했다가 7시간 만에 존속살해와 특수감금 혐의로 긴급체포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살해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혼 소송을 둘러싼 감정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근금지 기한이 끝나기 전 선제적으로 연장 신청을 하고, 적극적으로 김씨를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돼 지난 8월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임시조치 2·3호) 명령을 받은 ‘관계성 범죄 고위험군’이었다. 그런데 접근금지 명령은 지난달 30일 기한이 종료됐고, 경찰은 해당 기간 동안 위험 징후가 없었다는 이유로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임시조치 2·3호는 최대 2개월에 2차례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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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달 들어 피해자가 거처를 옮긴 것을 확인해 지난 6일 새로 임시조치를 신청했는데, 김씨는 법원 심사 도중 범행을 저질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조치의 한계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접근금지 명령에 있어 미국 대다수 주는 갱신 횟수 제한이 없고 영국에선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한국 제도가 이와 유사했다면 김씨의 범행에 ‘문턱’이 됐을 수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가정폭력 상담 사례들을 보면 임시조치가 끝나자마자 접근하는 가해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를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한 경기 수원시 권선경찰서는 ‘조사 불응’ 등의 이유로 한달반가량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김씨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차례 집행도 시도했지만 본인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됐다. 권선경찰서 쪽은 “지난 10일 피의자 조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김씨의 요구로 13일로 미뤄졌다. 만약 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해 체포할 계획까지 세웠는데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란희 상임대표는 “경찰이 가해자에 개입하지 않으면 임시조치는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에 불과할 수 있다”며 “가해자가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면 임시조치 만료 전 체포 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 가해자를 만나지 않은 것”이라며 “(적극적인 조사로) 가해자의 성향 등을 파악해 사건의 위험도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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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더라도 피해자의 신고 없이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도 임시조치의 한계로 지목된다. 장임다혜 선임연구위원은 “접근금지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선 전자장치 부착을 중범죄자만 해당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지만, 이는 인신구속이 아니라 피해자 가까이 못 가게 하는 것이기에 자유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인·프랑스 등에선 접근금지 명령과 함께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해, 피해자 접근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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