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어떻게 해야 실패 전제로 한 ‘전략적 사냥꾼’이 될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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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신약 개발은 어느 순간부터 ‘영원히 늙지 않는 샘물’을 찾는 전설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동안 쏟아부은 거대한 기대에 비해 실패의 실망감이 컸던 탓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과 첨단 의학·생명과학 기술을 쏟아붓지만,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미리 예측하기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 발간된 김성민 바이오스펙테이터 수석기자의 신간 ‘헌트-FcRn(신생아 에프씨 수용체)과 이뮤노반트’는 신약 개발을 ‘예측할 수 있는 작은 성과를 거두는 농사’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적으로 기회를 잡는 과정이자 실패로 부유해지는 ‘사냥’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전제로 하면서도 어떻게 전략적인 사냥꾼이 될 수 있는지를 FcRn 항체를 활용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미국 신약 개발 업계에서 독독특한 행보로 주목받아 온 신약개발 투자자 비벡 라마스와미가 20대였던 2014년 당시 바이오텍 기업 ‘로이반트’와 자회사 ‘이뮤노반트’를 창업한 이야기다. 당시 그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몰두했던 학계와 주류 산업계의 흐름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우리나라의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이었던 FcRn 항체를 사들여 성공적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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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과학적 타당성을 갖춘 분야를 2~3년 먼저 선점해 저평가된 후보물질을 찾아 빠르게 개발한 것이 그의 핵심 전략이다. 이를 통해 비벡 라마스와미는 ‘신약 개발은 시간과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간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유행이나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후보물질과 플랫폼이 지닌 과학의 가치를 정확하게 매기려 노력하면 그리고 빠른 실패로 성공 가능성을 올려가면 신약개발이라는 일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지금보다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책은 “유망한 신약개발 분야, 물질, 기업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권위 있는 예측은 그럴듯하게 맞아들어간 경우가 많지 않다”며 “오히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직접 확인하려고 했던 이들이 제대로 된 신약개발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이어 “과학이라는 트렌드에 예민해지는 것과, 소문으로 이루어진 트렌드에 휘둘리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신약개발 경험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스스로 눈을 가리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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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후보물질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과학에서 찾고 경험과 기술이 없으면 적당한 값에 구입하면서 빠르게 시도해 버릴 것은 빠르게 버리고 새로운 타깃과 질환으로 이동한다는 원칙을 정확하게 지키면 된다는 교훈이다. 결국, 어떤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려면, 그 프로젝트가 ‘좋은 사냥감’인지 그리고 이를 이끄는 팀이 상황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실패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사냥꾼’인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결론낸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이 책은 예측할 수 없는 임상 현장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과감하지만 근본적인 전략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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