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상황 통지, 피해자 재판 참여권 빠져”…피해자들 개정 형소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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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2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 사이에서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권과 재판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형사소송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개정 형사소송법이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17일 한겨레에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피해자가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저는 사건 당시 두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피해 이후 빨리 변호사를 구해 법리적 검토를 하고, 이의신청을 하라는 건 피해자한테 영업을 뛰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022년 귀갓길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김씨 사건의 경우, 경찰은 가해자를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 혐의가 뒷받침되는 증거가 발견됐고, 2심 재판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소인·피해자의 이의신청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의신청을 위해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리도 생겼지만, 보완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불송치 결정 전, 수사 중에라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피해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증거 목록이나 피해자 진술 기록이라도 볼 수 있어야 이후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경찰 수사 당시 가해자가 언제 검거되고 구속됐는지 전부 기사를 통해 알았다. 불안해서 하루종일 뉴스에 ‘서면 귀갓길’을 검색하고 있었다”며 “수사 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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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씨도 “경찰에게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송치하기 어렵단 말을 듣고 사건을 공론화해 제보를 받다가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국가가 해야 할 수사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넘어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2018년 세종에서 집단 성폭행 피해를 입었고, 보복이 두려워 2024년에서야 경찰을 찾았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경찰단계에서 불송치됐던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공범 2명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폭행 혐의 대신 아동학대(피해자 당시 14살) 혐의를 추가하기도 했다. 정씨는 피해자가 직접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수사상황 및 불송치 이유에 대한 경찰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단계에서 경찰의 판단을 뒤집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피해자의 재판 참여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씨는 “제가 범죄의 직접적인 당사자임에도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느꼈다”며 “피해자 또는 피해자 변호사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고, 필요한 경우 증인신문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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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 등 7대 범죄를 전건송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정씨는 “저는 뜨겁거나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을 당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몸에 흉터가 남아 있다. 경찰은 이를 공소시효가 지난 단순 폭행으로 판단해 공소권 없음 처리했고, 검찰은 아동학대로 판단해 기소해 최종적으로 가해자들이 처벌 받았다”며 “최초 수사기관이 혐의를 잘못 판단했을 때에도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통해 개정 형사소송법이 가진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열람·등사한 수사기록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항과 검사가 피의자·피해자 의견을 청취할 수 있지만 이를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는 조항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지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피해자는 언론 등에 수사부실에 대해 알릴 공익적 권리가 있다. 시행규칙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도 검사가 피해자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을 경우, 이때의 면담 내용까지 재판에서 위법한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7대 범죄 전건 송치 법안을 추진할 때, 적어도 이 범죄들에 대해서는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가 공판기록을 전부 열람하고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등의 피해자 참가제도 규정을 특칙으로 마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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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사의 협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는 “중대한 범죄의 경우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과 검사가 협업을 하거나, 검사가 수사 지휘를 하는 형태의 자문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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