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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형의 빈소에서 맞게 된 이국땅의 명절···“또 다른 죽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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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충남 천안삼거리국화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이 칸토(46)씨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김은송 기자

27일 충남 천안삼거리국화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이 칸토(46)씨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김은송 기자

“나쁜 사람들도 많고 죄를 지은 사람들도 따로 있는데, 왜 하필 내 형이어야 합니까. 형은 너무나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렉시발 칸토(40)씨가 말했다. 그의 형은 지난달 28일 천안 페인트 원료 제조 공장 ‘대원산업’ 폭발 사고로 숨진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조이 칸토(46)씨다. 두바이에서 형의 소식을 접한 렉시발씨는 곧장 필리핀으로 건너가 지난 20일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에 입국해 형의 빈소를 차렸다.

이날 조문실 앞 안내판에는 ‘입관 미정, 발인 미정’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비자와 여권 발급을 위한 서류 준비가 지연되면서 유족들은 사고 후 약 3주가 지나서야 한국 땅을 밟고 빈소를 차릴 수 있었다. 가족들은 21일 빈소가 차려진 이래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주변 필리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나누려 했던 고인의 빈소는 가족과 지인들이 고인을 애도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가 됐다.

사고 발생 약 3주 만에 입국한 동생 렉시발 칸토(40)씨 등 유족들이 27일 충남 천안삼거리국화원장례식장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은송 기자

사고 발생 약 3주 만에 입국한 동생 렉시발 칸토(40)씨 등 유족들이 27일 충남 천안삼거리국화원장례식장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은송 기자

조이씨는 2017년 한국에 입국해 9년 동안 대원산업에서 근무해왔다. 아버지 로만 칸토(66)씨는 “조이가 처음 한국에 갈 때 ‘조금만 기다려달라, 돈을 많이 벌어서 아버지가 더 이상 일하지 않게 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인은 귀국 후 고향에 집을 지어 수술 이력이 있는 아버지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었다. 아내와는 매일 출퇴근 안부를 주고받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필리핀에 가족들을 모아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지난 4월 동생과의 통화에서도 “15개월만 더 일한 뒤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조이씨를 포함해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2명과 공장 내 급식실 조리원 등 노동자 3명이 숨졌다. 또 다른 희생자인 제스라엘씨의 유족은 회사 측과 협의를 마친 뒤 빈소를 떠난 상태다.

조이 칸토씨가 생전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렉시발 칸토 제공

조이 칸토씨가 생전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렉시발 칸토 제공

대원산업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기름보일러에서 발생한 화재를 비롯해 최근 4년 동안에만 4건의 화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렉시발씨는 2024년 겨울 형과 통화할 당시에도 공장에 불이 났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고인은 “이 일만 하면 괜찮다”며 가족을 안심시켰으나, 결국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수차례 화재 이력이 있음에도 건축물 연면적 기준 등에 따라 소방안전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점, 법인 분할에 따른 관리 사각지대 문제 등 구조적 안전 관리 공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과 유족 간의 협의는 진척을 보이고 있다. 회사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간 차별 없는 배·보상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양측은 이를 바탕으로 내일 구체적인 합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원산업 관계자는 “회사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질타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상식선에서의 합의 요구에 대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렉시발씨는 예정된 합의 절차와 별개로 이번 참사가 남긴 제도적 문제점이 공론화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형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만, 이번 사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노동법과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의 이름으로 남긴 이 목소리가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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