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이 직접 사과하라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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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완전한 오해보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얕은 이해가 더 사람들을 좌절시킨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겉으로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적극적인 정의 실현보다는 ‘시기상조’를 내세우며 당장 눈앞에 갈등이 없는 소극적 평화만을 추구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던진 말이다.
지금 한국 교육부의 모습이 딱 그러하다. 고등학교 운동선수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사건을 계기로 ‘혐오·차별 예방·대응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겠다고 선언해 놓고, 정작 혐오의 표적이 되기 쉬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지워버렸다. 실수가 아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굳이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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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삭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가이드북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메일을 전국 교육청에 보냈다. 의견 수렴 기한도 단 하루로 제한했다. 교육청은 ‘반대 민원이 들어와 배포가 부담스럽다’고 답변했다.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은 ‘영혼 없는 관료주의’는 이럴 때 참으로 기민하게 작동한다. 옳은 일을 할 의지가 없으면 고민할 시간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킹 목사의 또 다른 일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온도계가 아니라 사회의 온도를 변화시키는 온도조절기가 되어야 한다.” 당시엔 교회의 책임을 물으며 던진 말이지만 지금 교육부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최교진 장관에게 묻고 싶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냐고. 온도조절기 역할을 할 요량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혐오·차별에 대응하는 가이드북을 내려 하지도 않았을 터이다. 그렇다면 학교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존재는 떠올리지 못한 채 시끄러운 반대 민원 핑계만 대는 각 시도 교육청의 답변이야말로, 현시점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의 온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니 도리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더 강화해야 할 근거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혐오의 온도를 알면서도 가만히 있으니 고장 난 온도조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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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와 동성애를 향한 비합리적인 두려움이나 증오’를 뜻하는 호모포비아라는 단어는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와인버그가 1960년대 말에 고안했다. 그는 이성애자였지만 자기 주변의 동성애자 지인들을 보며 당시 정신의학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다루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마치 동성애가 문제인 것처럼 대하지만, 비정상적이고 치료되어야 할 진짜 문제는 편견을 갖고 동성애자를 적대적으로 다루는 사회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회가 가진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 주목하는 ‘호모포비아’라는 개념을 담은 책을 1972년에 발간했고, 큰 반향을 일으켜 1986년에는 옥스퍼드 영영사전에도 등재되었다. 와인버그는 호모포비아가 무시와 학대, 비가시화로 이어짐을 경고하려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와중에 국회입법조사처가 “학교 내 혐오와 차별은 개별 학생의 우연한 불운이 아닌, 법과 제도가 누적적으로 만들어 낸 구조적 결과”라고 지적하며 가이드북을 보완하고 교직원 연수와 모니터링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라는 보고서를 냈다는 점이다. 고장 난 온도조절기, 호모포비아에 편승하는 교육부가 되지 않도록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직접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후에야 혐오와 차별을 줄이고자 한 가이드북의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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