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없는 변기 2개…“인간답게 못 살았구나” 이주노동자 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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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생 하롤드가 여기서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었구나.”
지난 6일 경기 김포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과 기숙사를 찾은 하롤드 라자가(44)의 형 릭슨은 이렇게 읊조렸다고 한다. 이 공장과 기숙사는 하롤드가 지난해부터 일하고 생활했던 곳이다. 하롤드는 지난달 15일 오후 4시30분께 그라인더로 연마작업을 하던 중 깨진 연삭숫돌 파편에 몸이 맞아 숨졌다. 릭슨은 하롤드의 주검과 노동 환경 등을 본 뒤 구토 등의 증세를 보였고 7일 장례 절차를 진행할 때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롤드가 일했던 작업 현장과 기숙사는 열악했다고 한다. 작업자에게 제공된 보호구는 하롤드를 지키기 역부족이었는데, 분진과 유증기가 많이 발생하는 작업장임에도 회사가 제공한 마스크는 필터가 있는 산업용이 아니었다. 장갑도 일반용으로 제공됐으며 신체 보호용 앞치마도 내열용이어서 숫돌 파편 등을 막을 수 있는 보호 기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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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여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화장실은 변기가 2개뿐인 공용 화장실 하나였다, 식당에는 가스레인지 없이 휴대용 버너와 인덕션만이 설치돼 있었다. 하롤드의 방은 수납공간이 부족해 많은 물건이 바닥과 나무로 만든 임시 책상에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었다. 하롤드 방에 있던 냉장고에는 하롤드가 먹다 남긴 과일과 간식, 우유 등이 있었다. 유족을 대리하는 존스 갈란 필리핀 공동체 카사마코 사무국장은 “샤워실이 따로 없었다. 어디서 샤워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롤드는 2004년 비전문취업(E-9) 비자(기간 3년)로 입국했다. 한차례 비자를 재발급받은 뒤에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했는데 지난해부터 인력업체 소개로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 일했다. 이 업체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인력업체 소속 노동자로 일했는데, 불법 파견 소지가 있는 셈이다. 노동 강도는 평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에도 일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형 릭슨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일이 너무 힘들다. 2년만 더 일하고 필리핀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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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롤드는 약 300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약 90만원 정도를 매달 고향에 보냈다고 한다. 조카의 대학 등록금, 어머니의 병원비 등으로 사용됐는데 그래서인지 집에 모아둔 돈은 많이 없다는 게 유족 쪽의 설명이다. 빈소를 찾은 하롤드 친구들은 “하롤드가 (친구들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비자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며 “정말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하롤드 휴대전화에는 한국인 업체의 사장과 부장 등으로부터 “일해야 하는데 친구들이 있는지” 등을 묻는 메시지 등이 남겨 있기도 했다.

하롤드 빈소는 사고 발생 23일 만인 7일 경기 부천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부모님이 한국에 올 형편이 안 되고, 릭슨도 뉴질랜드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고 있어 사고 소식이 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빈소에서 열린 장례미사에는 하롤드를 기억하기 위한 많은 지인이 모였다. 하롤드의 장례 절차는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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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경기이주평등연대 등은 지난달 2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근로감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연마기에 안전덮개 등 방호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구 지급과 안전관리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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