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한반도에 득이 될까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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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홧김에 미국과 한국이 해마다 실시하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했다.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이 이미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아예 취소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이 훈련이 북한을 향해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며 내세운 또 다른 이유는 서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군함을 보내지 않았다고 맹비난하면서 “또 누가 우리를 돕지 않았느냐?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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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한 역시 미국을 돕지 않았다. 오히려 평양은 첫 공격 직후 곧바로 테헤란 편을 들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의 강력한 유대, 그리고 북한 공식 성명에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반미 수사도 트럼프가 다시 한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행보에 놀랄 사람은 없다. 첫 임기 때도 그는 북한과 합의를 이루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한국이 동맹을 위해 충분히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며 수시로 질책했다. 그러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미 훈련을 중단한 뒤에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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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정부는 진보 성향의 이재명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놀랄 만큼 긍정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강하게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방향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의 군사훈련 참여 축소 역시 북한을 이 대통령이 제안하는 지역 차원의 대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선의의 제스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추측에는 북한의 시각이 빠져 있다.
김정은은 더 이상 미국이나 한국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의 시각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서로 다른 정당들이 번갈아 집권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첫 북핵 합의인 ‘제네바 기본합의’에 보였던 의지는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의해 약화됐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과 맺은 합의 역시 뒤를 이은 보수 정부들에 의해 희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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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책 전반이 예측 불가능할 뿐 아니라 김정은이 트럼프 개인을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덴마크 같은 동맹국들까지 위협해왔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문제, 가자지구 분쟁 해결,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전쟁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거듭 입장을 바꿔왔다.
이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미 여러 진보 성향의 한국 지도자들이 집권했다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국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강경하게 대하면서 오직 한국의 방식에 따른 통일만을 요구하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영향력 있는 세력이다. 진보 정부들 역시 북한이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상당한 규모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해왔다. 또한 이들 한국 지도자는 동맹 의무에 따라 거의 언제나 미국의 군사적 결정에 따랐다.
이 대통령은 탁월한 정책 제안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역시 한반도 정세의 전개에 대체로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인물이다. 남북 관계와 워싱턴-평양 관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 부분 북한이다. 그리고 지금 김정은은 워싱턴과 서울에서 나오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보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예측 가능성을 선호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트럼프의 말이나 행동에서 비롯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아무리 열정적인 글을 올리고, 김정은과 아무리 많은 ‘러브레터’를 주고받는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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