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Z세대는 왜 마오와 ‘반청’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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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문화대혁명(문혁)과 마오쩌둥에 대한 향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영화 이야기해볼까’(聊會電影吧)라는 계정을 쓰는 블로거가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영화 ‘방화’(芳華)의 해설 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문혁이 끝난 뒤 “고위 관료들의 자제들이 완승을 거둬 자원, 정책, 시장, 시대적 수혜를 모두 독식”했다며 “문혁이 계속되었으면 중국은 더욱 평등한 길로 가게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2017년 개봉한 이 영화는 문혁 말기를 배경으로 군 선전대 소속 젊은 예술가들의 비극적 사랑과 삶을 통해 문혁의 광기를 비판했지만, 이를 정반대로 해석하며 문혁을 이상화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인민 만세” 등의 댓글을 달며 열광했고 동영상은 며칠 만에 조회 수 3500만회를 돌파했다. 검열 당국은 곧바로 영상을 삭제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대약진의 승전가가 울려 퍼지는 중국에서, 수많은 제트(Z)세대 청년들이 문혁과 마오쩌둥에 열광하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청년들이 애용하는 앱인 샤오훙수에서 ‘마오쩌둥 선집’(毛選)을 검색하면 마오의 글과 연설문을 읽는 독서모임과 ‘가장 감명받은 구절’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칭화대학교 도서관의 대출 도서 1위는 2019년부터 계속 ‘마오쩌둥 선집’이다. 마오쩌둥 사망 50주기였던 지난 9월9일 무렵 마오의 고향인 후난성 사오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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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년들은 마오쩌둥을 “선생님”(敎員)으로 부르며 그를 추앙한다. 마오 어록을 일상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하는 교훈으로 인용하는 이들이 많지만, ‘계급투쟁’과 관련한 구절이 특히 인기를 끈다. 마오 어록의 “누가 우리 적이고, 누가 우리 친구인가? 이 문제는 혁명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미 제국주의와 모든 반동파는 종이호랑이다” 등의 구절을 공유하며 자본가들을 적으로 꼽는다. “관료와 자본이 고도로 결탁해 있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올 한해 약 1270만명의 대졸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중국에서 공식 청년 실업률은 18%이고, 취업한 이들도 장시간 근무와 네이쥐안(內卷·소모적인 과도한 경쟁), 빈부 격차에 불만을 토로한다. 플랫폼에 의지해 배달·호출 택시 운전 등을 하는 불안정 고용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4%인 3억2천만명이라는 통계(수도경제무역대학 신취업형태연구센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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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제트세대는 문혁을 모두가 평등하고 끼니와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던 시대로 새롭게 만들어 내, 현재의 불평등과 취업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가족끼리 서로 고발하며 삶이 파괴된 문혁의 혼란과 폭력은 지워버린 ‘가공된 과거’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황한’(皇漢), ‘1644 역사관’ 등으로 불리는 한족 우월주의 성향의 반청(反淸) 역사관의 영향력도 커졌다. 1644년부터 중국을 통치한 만주족의 청나라를 ‘이민족의 식민 통치’로 규정하고, 근대 중국이 서방과 일본에 침략당해 ‘치욕의 100년’을 겪은 것을 만주족이 지배한 탓으로 돌린다. 지난 7월 영화 ‘펑후해전’의 개봉이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이들 ‘황한’ 세력의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1683년 대만을 근거지로 청에 저항하던 정성공 세력을 청군이 정벌하는 역사를 그린 이 영화는 ‘대만 통일은 막을 수 없다’는 당의 선전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황한 세력들은 만주족이 한족을 정복한 역사를 미화하는 영화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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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한족 우월주의는 강력한 애국주의와 결합해 유사역사학인 ‘서양 위사론’을 인터넷에서 확산시키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등 서양 문명과 근현대 서양인들의 자연과학과 기술 발전이 모두 중국의 것을 표절했고, 서양 근대 과학이 명나라의 ‘영락대전’을 베꼈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런 현상들은 시진핑 시대 중국 당·국가가 강조해온 이데올로기가 기묘하게 뒤틀린 변주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2021년 ‘제3차 역사결의’를 통해 문혁에서 마오쩌둥의 역할을 비롯해 과거 당의 과오에 대한 비판을 ‘역사 허무주의’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했다. 문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미국은 종이호랑이’이며 ‘미국에 맞서 지구전을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마오의 가르침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현실에 불만을 느끼는 중국 청년들은 마오쩌둥을 인용해 부패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문혁에 대한 당의 공식 평가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당이 이를 처벌하거나 대응하기는 어렵다.
황한의 한족 우월주의도 중국 당국이 ‘중화민족’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문화를 탄압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서양 문명이 중국 문명을 베낀 것이라는 ‘서양 위사론’은 당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깃발을 들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시대 미국을 뒤흔드는 마가(MAGA) 세력들의 불평등과 기회 상실에 대한 분노가 국가의 위대함과 이민자 배척, 가짜뉴스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 것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청년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토론할 공론장이 사라진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려 시진핑이 최고지도자가 되었을 때 중국에는 다양한 사상과 개혁을 향한 움직임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2013년 1월3일 중국의 대표적 진보 언론이었던 ‘남방주말’은 신년 사설로 ‘중국의 꿈, 헌정의 꿈’(中國夢, 憲政夢)을 준비했다. “중국인이 지난 100여년간 지치지 않고 추구해 온 것은 ‘헌정(憲政)의 꿈’이었다.… 권력이 자의적으로 휘둘러지지 않고 모든 공민(시민)이 법 아래에서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국가의 부강과 사회의 안정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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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는 ‘중국몽’을 제시했지만, 사회 아래에선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리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방주말의 신년 사설은 결국 검열로 실리지 못했고, 중국 사회는 당의 엄격한 통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권 변호사,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 여성운동가, 자유주의 성향의 학자, 독립적 언론인들의 활동에는 재갈을 단단히 물렸다. 평범한 이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공식적 통로는 모두 막혔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 청년들이 당이 강조하는 마오쩌둥 사상과 중화민족의 위대함, 미국에 대한 승리의 구호들을 변형한 이단적 사상을 통해 불만과 분노를 드러내거나, 소수민족을 공격하고, 이단적 역사로 도피하는 것은 당국에도 곤혹스러운 현상이다.
역사학자 쉬지린 상하이화둥사범대 교수는 ‘탕핑과 90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의 문화’라는 글에서 중국 청년들의 이런 정서를 ‘르상티망(원한)’의 축적으로 해석하면서 “원한으로 가득 차 있는 ‘비조직적인 힘’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원한의 표적은 첫째 자본, 둘째 엘리트, 셋째 쉬지 않고 투쟁하도록 강요하는 능력주의 체제 그 자체이다. 사회적 낙오자 집단 내부에서 부자와 엘리트에 대한 적개심이 온라인 공간에 팽배해 있다.”
누적되는 중국 청년들의 불만이 중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 정치 연구자이자 ‘시진핑 연구’를 쓴 스즈키 다카시 다이토분카대 교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안정성은 번영, 편리함, 위대함이란 3가지 측면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번영의 측면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청년 고용 불안,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불만이 분명 존재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일상에 빠르게 적용하면서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대한 대중의 만족도나 기대감은 높다. 위대함의 측면에서도 첨단기술과 경제 대국 중국의 이미지가 국민적 자부심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스즈키 교수는 “이를 종합하면 현재 시진핑 정부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태도는 일방적 지지나 적대가 아닌 ‘조각보’와 같다”며 “대중의 불만이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행복감이 결여된 발전’이 계속되겠지만, 사회 아래에서는 자포자기, 은둔, 때때로 무차별 폭력으로 분출되는 복수심 등 부정적 감정들이 계속 쌓여간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전면적 도입으로 고용 불안이 더욱 심해질 때 배달노동자를 비롯한 저소득층 도시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스즈키 교수는 전망했다.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 아래 중국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한국과 미국에도 낯설지 않은 경고이며, 유럽의 거리에선 이미 그 용암이 격렬하게 분출하고 있다.

박민희 |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다. 2007~2008년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통일외교팀장,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세계와 외교에 대해 취재하고 쓰고 있다. ‘중국이라는 역설’ ‘중국 딜레마’ ‘중국을 인터뷰하다’(공저)를 썼고, ‘보이지 않는 중국’ ‘롱게임’ 등의 책을 번역했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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