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기름값에 우는데, ‘석유공룡’은 웃었다…한 분기 75조원 벌어

미·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형 석유기업 5곳이 한 분기에 약 75조원의 이익을 거뒀다. 소비자들이 치솟은 기름값으로 고통받는 사이, 정상 가동 중인 정유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휘발유·경유 공급 부족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 시각) 엑손모빌·셰브런·셸·토탈에너지·BP의 3분기 조정순이익 합계가 563억달러(약 75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일회성 요인 등을 제외한 이익으로, 이들 5개사의 분기 합산 실적으로는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조정 주당순이익은 4.23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4.12달러를 넘었다. 매출은 113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했다. 셰브런도 조정 주당순이익 5.28달러로 예상을 웃돌았고, 매출은 678억달러로 36% 늘었다. 회계 기준 순이익은 엑손모빌이 154억달러, 셰브런이 99억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의 두 배 이상, 세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번 호실적의 핵심은 원유 생산보다 정제 사업이었다.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면서 남기는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연료 생산 능력이 줄었다. 반면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미국 정유시설을 거의 최대한 가동하면서 높은 마진을 누렸다. 엑손모빌의 정제·판매 부문 이익이 탐사·생산 부문을 앞선 것은 최소 6년 만이다. 셰브런의 정제·판매 부문 이익도 같은 기간 최고 수준이었다.
전쟁의 수혜는 일부 대기업에 그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형 석유·가스 기업 50여 곳이 지난 4~9월 벌어들인 이익을 1300억달러(약 174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0억달러 미만과 비교하면 약 세 배에 이른다. 전쟁 초기인 3월과 최근 10월 이익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여서 전쟁 기간 전체 이익은 이보다 클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반면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은 커졌다. 브라운대 기후해법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2월 28일부터 최근까지 미국인들이 휘발유·경유에 추가로 지출한 돈은 약 1470억달러였다. 가구당 1100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이는 전쟁이 없었을 경우의 추정 가격과 실제 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고유가와 석유기업의 이익 급증은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닐 한센 엑손모빌 최고재무책임자는 로이터에 “높은 연료 가격이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기업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대응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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