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AI의 공통점 [윤지로의 인류세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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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로 | 클리프(Climate in Fact) 대표
1965년 미국 백악관에 ‘우리 환경의 질 회복’이라는 제목의 317쪽짜리 보고서가 올라왔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과학자문위원회가 작성한 환경오염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200여쪽에 걸쳐 분과별 세부 오염원을 자세히 다루는데, 그중 네번째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등장한다. 당시엔 낯선 오염물질이었을 터. 보고서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태워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쌓이고 있으며, 2000년이면 지금보다 25% 늘어 ‘측정 가능하고 어쩌면 현저한 기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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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에 나온 ‘차니 보고서’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 2030년 무렵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두배로 늘게 되고, 지구 평균 기온은 3도(오차 범위 ±1.5도)가 오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구 온난화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이거나 뒤집을 수 있는 어떤 물리적 효과도 찾지 못했다. 우리가 검토한 여러 모델은 일관된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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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5~8년 주기로 나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야기해 온 것도 이대로 온실가스가 계속 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고와 전망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1965년 320ppm을 밑돌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79년 330ppm을 지나 지금은 430ppm을 넘나든다. 과학은 훨씬 정확해졌고, 경고음은 더 커졌지만 배출량은 더 늘었다. 인간은 안다고 달라지는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최근 묘하게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무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다. 앤트로픽 연구원이 “인공지능이 10년 안에 우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며 회사를 떠났고, 그 회사 최고경영자는 “에이아이 모델의 능력을 높이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픈에이아이와 구글 딥마인드, 엑스에이아이의 최고경영자들도 입을 맞춘 듯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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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후발 주자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부터 상장을 앞둔 빅테크들이 천문학적 투자비를 덜기 위한 명분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의 저의가 무엇이든 에이아이에 대한 경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우리 모두 놀라운 발전속도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불붙은 경쟁을 늦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에이아이 무한 경쟁이 낳을 우려가 분명한데도 그걸 ‘가야 할 미래’로 못 박고 국가 장기계획을 짜도 될까. 정부의 청사진에 따르면 2040년 전력수요는 최대 885TWh로 늘어난다. 지금 우리가 1년 내내 쓰는 전기가 그때는 7개월 반이면 소진된다. 늘어나는 수요의 25%는 에이아이 데이터센터 몫이다.
가스 발전소까지 더 지어 여기에 전력을 대고, 막대한 물을 냉각용으로 끌어와 쓰면서 에이아이 산업을 키우면 국민 대다수는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감수한 전기와 물, 탄소 배출에 비례해 사회 전체가 그 편익을 누릴 수 있을까? 특이점을 넘은 에이아이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소득과 권력은 더욱더 소수에 집중될 우려는 없을까?
기후변화 경고가 수십년 이어지는 동안에도 우리는 달리기 바빴다. 그 결과 인류는 이제 기온 상승폭 1.5도라는 첫번째 저지선을 넘기 직전까지 왔다. 에이아이 질주도 비슷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걱정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음울한 미래, 기술 발전을 모르는 순진한 우려쯤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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