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데 왜 정색해?’…인스타 ‘조롱 밈’ 콕 집어 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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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과 조롱 등 혐오 표현이 교묘하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의 다양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 다층적인 규제 방법을 동원해야 하지만, 강력한 규제만이 해법은 아니다.”(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혐오 표현을 앞세운 극우 콘텐츠 생태계가 ‘10대들의 놀이터’인 인스타그램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책임 강화 등 규제 방안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토론,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대안 콘텐츠’ 전파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규제의 공백’을 메우는 조처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통해 각종 혐오 표현이나 불법 정보에 대한 메타·구글 등 빅테크의 책임을 강화해왔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돼 지난 7월부터 혐오·차별 표현을 ‘불법 정보’로 규정한 바 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불법 정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 삭제·접속 차단 등의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다. 다만, 유럽처럼 빅테크에 ‘추천 알고리즘’의 주요 기준을 공개하게 하지 않는다. ‘폭력 선동’, ‘증오심 조장’ 등 금지하는 혐오 표현의 범위도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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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빅테크의 책임을 강화하거나 포괄적인 혐오 표현을 막는 법·제도 마련 △‘밈(meme)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디지털 시민교육 확대 등을 제시한다. 조희연 성공회대 석좌교수(전 서울시교육감)는 “청소년을 ‘극우적 본질’을 가진 세대로 타자화해서는 안 된다”며 “부정선거론처럼 ‘음지’(온라인)에서 자라는 의제를 ‘양지’의 공론장(교실 등)으로 끌어내 토론하고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경험이 쌓여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랑하게 스며들다: 인스타그램 극우 생태계 분석’ 시리즈 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온라인 공간의 극우 담론 연구자인 김종우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 한국 정치와 극우 문제를 연구하는 정치학자인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혐오 표현과 규제 방안에 대한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인 진단과 해석을 내놓았다. 청소년 독립언론을 이끌며 10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온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충암고 1학년)이 일상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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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인스타그램은 10대에게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합쳐놓은 ‘만능 앱’이다. 이 앱 안에서 축구, 화장 등 즐겨 보는 콘텐츠 사이사이에 극우적인 게시물이 끼어서 추천되기 때문에 노출이 더 쉽다. 인스타그램에서 극우적인 밈 등을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주고받는 친구들은 보통은 재미로, 놀이처럼 한다. 정말 극우적인 가치관을 보이는 친구는 한 반에 두세명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영양소’(밈 같은 게시물)를 계속 공급한다는 점이다.
김종우 온라인 공간에서 ‘챌린지’나 ‘밈’과 같은 식으로 놀이화되면서 극우 세력 안에서도 ‘이념적 충성도가 있는 집단’과 ‘유희적으로 참여하는 집단’ 간에 구분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혐오 메시지를 유머로 포장하면, 물러설 공간이 생긴다. 누군가 비판하면 “(나는) 농담이었는데 왜 정색해?” 반박할 수 있어서다. 과거 권위주의에 대한 연구를 보면, 10대가 동원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 독일 나치당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유겐트’도 군사주의적 콘텐츠를 유희적인 형식으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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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과거 일베는 일종의 ‘경계가 있는 집단’이었다. 스스로 ‘일게이’(일베 게시판 이용자를 뜻하는 은어)란 정체성을 부여한 온라인 공동체였고, 이용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야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알고리즘을 통해 일베 문화를 접한다. 대중문화가 되면서 게시물의 강도는 일베보다 낮아졌지만, 저변 자체가 넓어져 어떤 면에선 더 위험하다. 특히 이미지와 짧은 동영상 위주인 인스타그램 특성상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부추기기 쉽다. 예를 들어, ‘왜 먹고살기 어려운가’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글은 너무 길다.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 때문’이라고 한 문장 쓰면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 ‘대항 표현’(대안 콘텐츠)을 통해 혐오에 맞서기도 어렵다. (텍스트 위주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는 팩트 체크하는 글을 쓰면 되지만, 인스타그램에선 똑같이 카드뉴스나 이미지를 내밀어 반박하는 게 불가능하다.
박선경 강도는 낮아지고 저변은 넓어졌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본적으론 정당과 정치인의 책임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베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의 발언이 사람들에게 주는 신호가 있다. 미국 정치에선 ‘도그 휘슬’(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극우 세계 내부자들끼리 의미를 공유한다는 뜻의 용어)이라 한다. 정치인들도 일베 용어를 쓰는 걸 보면서, 청소년들이 ‘저렇게 말해도 되네’를 학습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극우 콘텐츠의 상당수는 ‘중국 공산당-북한-더불어민주당-전라도-4050 세대-여성-장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비난하는 세계관에 기반을 둔다.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특정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여성이 남성을 착취한다거나 4050 세대가 2030 세대를 짓누른다는 논리를 상징화한 ‘계급도’ 게시물도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많이 띈다. 실제로 극우 세력이 인스타그램을 장악한 것일까. 아니면 인스타그램 주 이용자인 청소년과 청년들 자체가 보수화된 것일까.
김종우 ‘왜 1020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선 진보적 의제가 잘 안 보이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이 세대가 진보 담론을 주도하는 세대가 아니니까’라는 답변도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청년 하위문화는 기성세대에 반하는, 안티테제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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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저도 안티테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이었고, 10대가 반기득권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특정 플랫폼에 특정 이념이 더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 한겨레가 1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일수록,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할수록 5·18 민주화운동 등을 조롱하는 밈을 많이 보고, 또 그런 밈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보수화’는 맞다. 하지만 ‘극우화’라고 말하긴 어렵다. 전세계 극우 논의에서 공통적인 극우의 기준은 ‘폭력에 대한 용인’이다. 밈을 보고 깔깔 웃는 ‘강한 보수 성향’과 폭력적 수단을 용인하는 ‘극우 성향’ 사이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에서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극우를 결정짓는 변수로 나온 것은 중요하게 봐야 한다. 10대 남성의 경우, 군대 문제 때문에 스스로 ‘피해자’란 의식이 강해지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홍성수 군대 문제가 혐오 담론 확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이 겪는 성차별은 양상이 복잡하다. 이제 ‘여성은 채용 안 한다’고 표방하는 기업은 없다. 반면 남성 차별은 설명하기 쉽다. ‘남자는 군대에 가는데 여자는 안 간다’가 끝이다. 인스타그램 특성에 맞는 담론 확산에 유리한 논리 구조다. 10대 남성들이 ‘피해자’ 정체성을 갖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혐오에 동참하기 쉬워진다.
문성호 대학 입시도 중요한 것 같다. 서울에 여자대학교가 4곳 있다는 것에 (남성들의) 분노가 크다. 서울에 자사고 여성 정원이 남성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반박해도 듣질 않는다. 대입 경쟁에 내몰린 교육 환경 자체가 극우를 양산하는 셈이다. ‘쟤는 나보다 (성적이) 낮아’와 같은 인식을 점점 더 내면화한다.
박선경 최근 혐오 양상을 보면, 능력·재산·성별이 우위에 있는 자가 군림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타인이 ‘루저’로 인식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정당화한다. 세상을 위아래로 나누는 ‘사회적 지배 성향’의 태도가 마음 밑바닥에서 작동하는 것 같다.
홍성수 극우 세력의 여러 특징 중 기본이 표적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다. 이는 약자의 슬픔에 대한 무감각에 기반을 둔다. 중국인을 혐오하는 표현을 보면 대림동에 사는 중국 동포가 어떻게 느낄까,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면 유가족이나 광주 학생들이 어떻게 느낄까, 이런 감각 자체에 둔감한 거다. 독일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 교육에서 확인된 것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약자나 소수자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외국에서는 한국보다 일찌감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메타·구글 등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의 주요 기준을 공개·분석·평가하도록 했다. 또한 불법 콘텐츠가 신고되었는데도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방치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불법 콘텐츠에는 혐오 표현, 디지털 성폭력 등이 포함된다.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나 혐오 표현을 사전에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내거나 추후 삭제할 책임을 사업자에 묻는다. 청소년들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한하는 길을 택한 나라들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16살 미만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계정 보유를 법으로 금지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5살 미만 아동의 에스엔에스를 제안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국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청소년들의 에스엔에스 과몰입을 막겠다며 학생 전용 스마트폰인 ‘알파폰’을 도입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방미심위는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모욕한 인스타그램 계정과 유튜브 채널 11개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김종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극단주의 신호를 보이는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지 않고 접근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일수록 에스엔에스 이용 시간이 길고 학업 성적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극우 콘텐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소년 내에서도 취약한 집단을 먼저 발굴하고 개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단, 처음부터 ‘네가 보는 그 게시물이 위험하고 문제’라고 접근해선 안 된다.
유럽연합도 빅테크에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할 의무를 부여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도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밈을 만들어내고 있어, 기계 학습을 통한 ‘혐오 필터링’만으로 다 잡아내긴 어렵다. 그런 면에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혐오 문제가 개선된 효과가 있었다.
문성호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스엔에스 금지 정책을 곧바로 베껴오는 식으로 접근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을 못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밖으로 나와서 축구를 하게 될까? 학원을 하나 더 다닐 거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려는 ‘알파폰’만 하더라도, 알파폰을 쓰는 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거다. 지금 10대에게 필요한 건,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혐오와 조롱이 괜찮은 건지, 내가 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것이다. 게시물의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한 채 디엠으로 공유하고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홍성수 에스엔에스 규제 아이디어 자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에스엔에스를 금지한 것도 정신건강 의학적인 근거가 있었다. 청소년 담배 금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자본주의적인 빅테크 논리로 만들어진 릴스는 자극적이고, 릴스 중독에 빠지면 어른도 헤어나오기 어렵다. 부모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가정과 아닌 가정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통제 위주로 규제한다고 해서, 이보다 더 중요한 노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학생들과 3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에도 학생들이 지금과 같은 정서를 그대로 갖고 있을까? 아닐 거다. 결국 ‘다른 이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프라인이고, 학교다. 훌륭한 교재가 아니라, 훌륭한 교사가 필요하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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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극우 놀이터 된 인스타그램
• 낮엔 모범생, 밤엔 밈짱…“5·18 혐오·스벅 옹호? 인스타는 그냥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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