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탄소 배출국 ‘책임액’ 미·중 압도적…국가간 소송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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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대에서 기후위기로 약해진 빙하와 암석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흙과 바위가 뒤섞인 거대 급류가 히말라야 계곡을 따라 흘러 마을을 덮쳤다. 사태 이후 꼭 한달이 지난 26일 기준 네팔과 중국의 실종자는 6163명, 사망자는 1496명에 이른다. 네팔에서만 건물 7천여채가 파손됐고 3만2천명이 집을 잃었다. 도로와 교량, 수력발전소들은 폐허가 됐다. 네팔 정부가 추산한 직접 물적 피해액은 18억달러(2조4400억원), 복구와 재건에는 47억7천만달러가 필요할 전망이다.
네팔에 닥친 재난은 이전의 기후재난과는 다른 양상이다. 태평양 섬나라를 사라지게 하는 해수면 상승이나 전보다 강해진 폭우·폭염과 달리, 어느 한순간 폭발하듯 찾아왔다. 그 장면을 온 세계인들이 생생한 영상으로 확인했다. 또 사태 직후 피해국 정부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에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난이 국제 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그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기후정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네팔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1% 미만을 차지한다”며 “우리가 이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지만,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산업화 이후 네팔 국민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누적량은 지구 대기에 쌓인 전체 양의 0.012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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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도 사고 초기 1~3위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 미국, 인도를 거론하며 피해 책임을 촉구했다. 그는 이후 “국제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발언을 물렸지만, 사상 첫 ‘국가 대 국가’ 기후소송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며 주목받았다. 온실가스 다배출국과 취약국 사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배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재난의 원인을 기후위기와 떼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피해 복구를 부담해야 하는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ICJ 판결로 소송 가능성 커졌지만…
다만 네팔 정부가 우선 택한 경로는 ‘손실과 피해 기금’이다. 이 기금은 기후위기로 직접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설립이 결정됐다. 네팔 정부가 기금에 요청한 금액은 2천만달러(274억원). 신청 한 건당 허용되는 최대 금액으로, 네팔의 직접 물적 피해액 18억달러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난 7월 말까지 선진국들이 기금에 내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돈이 8억2300만달러이지만, 실제 기금에 들어온 돈은 4억8600만달러에 불과하다. 기금의 공여액을 선진국 스스로 정하게 한, 강제성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119개 개도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에 요청한 금액만 28억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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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네팔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소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변화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기후 피해국이 주요 배출국에 책임을 물을 법적 토대가 마련되긴 했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각국에 현재의 지구 기후체계를 보호할 국제법상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위법 행위’라며 원상회복이나 금전 배상 등의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비슷한 소송이 기업을 상대로 제기되기도 했다. 페루의 농부 사울 루시아노 리우야는 2015년 자신의 마을 위쪽 빙하호가 범람 위기에 처했다며 독일 전력회사 에르베에(RWE)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에르베에가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제방 설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독일 함 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청구를 기각했지만 그 법리 자체는 인정했다. 향후 30년 안에 빙하호 범람으로 리우야의 집이 피해를 볼 확률이 약 1%에 불과하단 것이 기각의 이유였다. 그러면서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지구상 다른 지역 기후 피해에 기여했다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고 해 추가 소송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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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가 간 소송은 쉽지 않다. 기후단체 플랜1.5의 최창민 변호사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으로 국가 기후소송의 가능성은 분명히 커졌다”면서도 “국가 간 재판은 당사국들의 관할권 합의가 필요해 상대가 합의하지 않으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팔이 중국과 미국, 인도를 대상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세 나라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합의’가 없으면 재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성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과 피해의 인과관계, 여러 배출국 사이 책임 배분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책임 비율’
다만, 리우야의 논리를 적용하면 각국 분담률 계산은 가능하다. 누적량이냐 현재 배출량이냐 등을 기준으로 그 몫이 달라질 뿐이다.
전세계 주요 문제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는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31.8%(123억톤)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12.7%(49억톤), 인도 8.3%(31억9천만톤) 순이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인 1750년 이후 2024년까지 누적량에서는 미국이 23.5%(4350억톤)로 가장 많고, 이어 중국이 15.4%(2850억톤)로 2위, 인도는 3.6%(660억톤)로 7위다. 네팔의 직접 물적 피해액 18억달러에 이 비중을 단순히 곱하면, 2024년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중국이 5억7200만달러, 미국 2억2900만달러, 인도 1억4900만달러가 나온다. 누적량 기준으로는 미국 4억2300만달러, 중국 2억7700만달러, 인도 6426만달러가 된다.
한국도 이 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2024년 연간 배출량 세계 9위(1.5%)이고, 산업화 이후 누적 배출량 16위(1.1%)다. 그렇게 계산한 한국의 네팔 피해 가상 분담액은 2024년 기준 약 2720만달러, 누적 기준 202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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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교수는 “한국의 배출량은 중국이나 미국보다 적다고 해도 국제적으로는 상당한 양”이라며 “기후 피해국이 배출 기여도에 따른 책임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 한국도 잠재적인 책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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