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도심에서 만나는 초록빛 '상생 공간'…국립세종수목원

국내 최대 규모 사계절전시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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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헌정 기자]
(세종=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도심에 자리 잡은 국립세종수목원. 시민 가까이 있는 그곳에서는 정원이 일상이 되고,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
금강 물이 흐르는 청류지원 수변을 따라 걸으면 물빛에 반사되는 수목의 정취가 차분하고 평화롭다.
세종수목원은 한국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
수목원은 으레 산에 있겠거니 생각하기 십상이다.
광릉 수목원, 백두대간 수목원 등 국립수목원들과 70여 개의 공립 및 민간 수목원 대부분이 실제로 그렇다.
그러나 한국에도 도심형 수목원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도시에서도 사람과 자연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현대인과 숲은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세종시 인구는 2026년 현재 40만 명이 안 된다.
세종수목원은 방문객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이다.
2020년 개원 후 몇 년 만에 전국에서 찾아오는 탐방객과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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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규모 사계절전시온실…세종수목원의 상징이 되다
세종수목원의 상징이 될 만큼 유명해진 사계절전시온실에 들어서니 키가 4∼5m나 될성싶은 부채파초가 여행자를 반겼다.
수목원 식구가 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유리천장을 뚫고 나갈 듯 키가 컸다.
줄기 중간에 큰 꽃이 피었다.
사계절전시온실의 외관은 한국 자생 붓꽃을 형상화했다.
꽃잎 3장이 모인 모양이다.
온실 크기가 국내 최대 규모이고 세계 각지의 희귀 식물을 보존·전시하고 있어 방문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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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꽃이 되고, 꽃이 색이 되고
평생에 걸쳐 색의 힘을 탐구했던 프랑스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는 "색채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했다.
지중해온실에서는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재해석해 다섯 개의 색채 정원으로 꾸민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정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티스가 사랑했던 색들이 온실에서 꽃으로 피어나고, 온실에 핀 식물 꽃들은 다시 색이 되어 예술과 만나고 있었다.
마티스는 식물을 사랑했고, 지중해 연안 도시인 니스에 오래 머물며 창작에 몰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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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밥나무·케이바물병나무·웰위치아
지중해온실에서는 여름에 고온 건조하며, 겨울에 온난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지중해성 기후대에서 자라는 식물 200여 종이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른 동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도 그중 하나였다.
바오밥나무는 건기에 대비해 몸통에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주변의 수분 상태에 따라 증산량을 조절하는 똑똑한 나무이다.
몸통이 물병을 닮은 케이바 물병나무도 볼 수 있었다.
케이바도 우기에 대량의 물을 체내에 저장했다가 건기에 사용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생태 구조를 지닌 식물 중 하나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웰위치아도 자라고 있었다.
웰위치아는 평생 오직 2장의 잎만 낸다. 처음 난 두 잎의 생장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생장 속도가 느리고 새잎도 나지 않지만 수명은 긴 것이 500∼1천년에 달한다.
강수량이 매우 적은 환경에서 지하 깊은 곳의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긴 뿌리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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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열대우림 식물 800여 종을 만날 수 있는 열대온실
산과 들, 전시관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식물들의 이름을 알고 기억하기란 현대인에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식물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을 식물 분류학에서는 '동정'(Identification)이라고 한다. 열대온실 속 낯선 식물들 가운데서 발견한 몬스테라는 반가웠다.
몬스테라는 한국에서 많이 키우는 열대 관엽 식물이다.
몬스테라 역시 영리한 식물이다. 몬스테라 잎은 성장하면 잎맥 사이에 타원형 구멍이 생기거나 깃털 모양처럼 깊게 갈라진다.
이는 열대의 강한 폭우나 바람에 잎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아래쪽 잎까지 햇빛이 닿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광합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잎이 갈라지도록 진화했다.
세계에서 꽃이 가장 큰 식물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탄아룸도 희귀종이다.
꽃대의 높이가 2∼3m 이상까지 자란다. 꽃은 7∼10년에 한 번 피는데, 개화하면 고기 썩는 듯한 악취를 풍겨 '시체꽃'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는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을 끄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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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헌정 기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열대우림이 원산지이며, 서식지가 파괴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식물이다 보니, 기록상 한국에서 꽃을 피운 전례가 없다. 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타이탄아룸 개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네펜테스는 식충 식물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동물을 포획한다는 생태적 특성이 기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름다운 색과 무늬는 세계 식물 애호가들을 매혹한다.
나무나 바위에 매달려 자라는 모습이 마치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형태와 유사한 박쥐란은 양치식물이다.
박쥐란 속 식물은 전 세계에 18개 종밖에 없다.
세종수목원은 18개 종을 모두 수집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커피나무, 콜레우스, 앤슈리엄, 무샌다 필리피카, 파키스타키스 루테아 등 모양과 색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식물들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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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한 멋과 풍류…한국전통정원
담양 소쇄원을 재현한 별서정원
옛 장남평야에 위치한 세종수목원은 약 65만㎡에 이른다.
4천3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고, 주요 전시원은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무궁화원 등 26개소에 이른다.
수목원에는 금강의 물이 유입되는 함양지에서 끌어들인 물길인 청류지원이 있다.
옛 선비들의 풍류와 한국의 멋을 느끼게 하는 전통정원은 청류지원의 수변, 수목원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정원의 일부인 별서정원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원림인 소쇄원의 특징을 담아내고 있었다.
'소쇄(瀟灑)'는 '기운이 맑고 깨끗하며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세속의 물욕에 물들지 않은 선비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상징한다.
조선 중기의 선비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이 원림의 멋에 대해 하서 김인후(1510~1560)는 48편의 시를 남겼다.
'세상엔 무성히 자란 꽃이라도/도무지 열흘 가는 향기가 없다네/어찌하여 산골 물가의 배롱나무만은/백일 내내 붉은 꽃을 대하게 하는고'.
하서의 시 48영 중 제42영이다.
하서의 제43영은 파초를 소재로 했다. 별서정원에는 배롱나무, 파초 등 옛적에 소쇄원을 장식했던 식물이 심겨 있었다.
담장, 개울 등 재현된 소쇄원 풍경들은 가을 전령사인 보랏빛 좀작살나무와 어우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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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년 전 씨앗으로 피어난 아라홍련, 그리고 법수홍련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 권역도 재현돼 한국 궁궐정원의 전통 식재 기법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통 정원 내 연못 도담지에 자라고 있는 아라홍련과 법수홍련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라홍련은 경남 함안군 농업기술센터가 유적지 발굴 조사 중에 발견한 연꽃 씨앗들을 발아시킨 식물이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씨앗들은 약 700년 전인 고려시대 것으로 확인됐다.
'아라'는 함안의 옛 지명인 '아라가야'에서 따온 이름이다.
법수홍련은 함안군 법수면에 자생하는 한국 토종 홍련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연꽃 종자의 유전자와 일치했다.
법수홍련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토종 연꽃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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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헌정 기자]
◇ 오랜 세월의 기다림…분재원
분재는 자연 수목의 경관과 운치를 화분에 담아 실내로 끌어들인다.
분재 예술은 오랜 세월 공들여야 하고,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하므로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화분에 담긴 모든 식물을 분재라고 보면 분재 예술이 일상과 그리 먼 것은 아닐 듯싶다.
분재는 소나무처럼 늘 푸른 잎을 감상할 수 있는 송백분재, 꽃을 감상하는 상화분재, 탐스러운 열매를 감상하는 상과분재, 다양한 잎을 볼 수 있는 상엽분재로 나뉜다.
널리 사랑받는 송백분재 외에도 무화과나무, 모과나무, 팥배나무 등 흔치 않은 활엽수 분재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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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헌정 기자]
분재원이 소개한 분재 감상법 중 두 가지를 옮겨 본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서서 천천히 분재를 바라본다.'
'오랜 세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관리해온 관리사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4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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