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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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 사회정책부장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대한민국 대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느낌표 5개 정도의 내적 환호가 터졌다. 때는 6월29일,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직후였다. ‘1만피도 거뜬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무렵, 하찮은 액수나마 “나 삼전·닉스 보유자야!”를 떠들던 개미 처지에선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후속 발표를 할 때마다 느낌표는 사라지고 물음표가 늘어났다. 초광역특구(메가특구로 불리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서 이름이 바뀌었다) 전력 공급을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전격전”(8월10일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고소득 연구개발직에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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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함은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을 본 뒤 경악으로 바뀌었다. 대체 어떤 세상을 꿈꾸길래 ‘민주 정부’의 여당에서 이런 법안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의 분석을 참조하면, 이 법 18조부터 174조까지는 건축, 토지 이용, 농어촌 정비, 산업입지, 교통, 교육, 의료, 주택 공급, 노동 등 사실상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 개별 법률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법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 하나로, 여태 한국 사회가 실수와 오류, 무지 끝에 어렵게 만든 사회적 합의를 깔아뭉갠다.
특히 노동 관련 조항은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판 악마의 맷돌’이 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 상위 3%인 ‘연구개발직’만 해당할 줄 알았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는 이 법안에서 ‘관리자’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로 크게 넓어졌다. 평균 노동시간만 주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1개월(연구개발직은 3개월) 이내에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은 6개월 이내로 늘렸다. 이렇게 되면 석달간 주 69시간 근무도 가능해진다. 기간제 노동자도 현행 2년의 2배인 4년까지 쓸 수 있다. 정부 목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권역별로 초광역특구 한곳씩을 지정하겠다는 건데, 이 법안대로라면 전국 곳곳에서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이 심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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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별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노동계는 ‘임금을 안 주고 초과노동을 시키는 제도를 만든다’고 의심하는데, 초과노동에 할증임금은 지급한다는 게 대전제다. 거기에 동의하면 그다음 단계가 건강권 문제”라는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 때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박상혁 의원 안에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와 함께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한 대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득 상위 3% 노동자한테 정말 중요한 게 ‘일 더 하고 돈 더 받기’일까, ‘적당히 일하고 건강 지키기’일까. 과로사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실이 최근 확인된 삼성전자 40대 연구개발직 ㄱ씨는 뇌졸중 발병 전 일주일 동안 주 60시간, 한달 동안 주 평균 54시간43분 일했었다.(한겨레 10월12일치 삼성전자 연구직 ‘과로사 산재’ 메가특구 노동특례 우려 커져 참조)
“지금도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최장이고 산재사망 사고율도 최고 수준이다. 정부 계획대로 노동시간을 살인적 수준으로 연장하면 국민에게 과로사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23년 3월8일, 윤석열 정부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뒤 한 얘기다. 그때 이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워라밸 보장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고, 기업과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을 늘리자’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정부는 시대착오적, 반노동적 경제관을 버려야 한다.” 지금, 이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도 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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