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인도 기자가 만났다…아시안게임의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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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아시아 각국의 기자와 만나, 아시안게임의 미래에 관한 토론을 했다. 이 가운데 개최국 일본의 나카무라 아키히로 주니치신문 운동부 차장, 인도의 프라티우샤 무케르지 기자와 나눈 의견(이메일 답신 포함)을 대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나카무라 차장은 한국 특파원을 지냈고, BBC 아시아 네트워크 프리랜서 특파원이며 부트(BOOT) 방송 뉴스총괄인 프라티우샤 기자는 스포츠뿐 아니라 국방 뉴스를 ‘디플로매트’ ‘유라시아 리뷰’ 등에 기고하고 있다. 둘은 모두 “아시아 전역에서 온 기자들과 만났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자국민에게 아시안게임의 위상은 어떠한가?
사회자(김창금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면서 떠오른 생각 중 하나가 아시안게임의 위상이다. 한국에서는 방송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다. 아시안게임이 수준 높은 대회가 아니지만, 스타 선수나 인기 종목 중심의 보도가 이뤄졌다. 일본과 인도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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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주니치 기자: 일본 전체적으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만큼 관심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32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아이치와 나고야를 보면, 1988년 올림픽 유치에서 패배한 적도 있어, 처음 개최되는 국제종합대회에서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는 드물다. 주니치신문에서는 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취재 체제로 보도하고 있다.
프라티우샤 기자: 인도에서 아시안게임이 주목받는 것은 인도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발휘했을 때나 육상, 사격, 복싱, 배드민턴, 카바디, 양궁, 레슬링, 하키, 크리켓처럼 인기 있는 스포츠에 메달이 걸려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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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중의 관심이나 미디어 보도의 정도가 올림픽이나 크리켓 월드컵만큼은 못하다. 올림픽은 전 세계 선수를 한데 모으고, 크리켓은 인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는 거대한 상업적 생태계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은 인도가 아시아 무대에서 강력하게 경쟁하고, 자국 스포츠 인재의 깊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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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의 평화와 우애의 가치는 여전한가?
사회자: 아시안게임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국들이 평화와 우애의 염원을 담아 인도에서 첫 대회(1951년)를 열면서 시작됐다. 특정 대륙의 모든 나라를 하나로 묶는 매개로 스포츠를 생각한 것이 독특하다. 75년이 지난 지금, 아시안게임의 평화와 화해의 콘셉은 여전히 작동한다고 보는가?
나카무라: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 대회는 스폰서와 중계권료 등 비즈니스적 측면이 크게 작용해, 평화와 우호 같은 이념들은 형식화되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안 게임뿐만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몇몇 선수에게 질문했지만, 선수들에게는 평화와 우호라는 역할보다는 훈련의 성과를 겨루고 발휘하는 자리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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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티우샤: 아시아는 정치 체제, 종교, 문화, 역사적 경험이 각기 다른 매우 다양한 대륙이다. 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치적·영토적 분쟁도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스포츠를 통해 국가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는 일이다.
인도는 1951년, 여러 아시아 국가가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던 시기 독립 국가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1회 아시안 게임을 개최했는데, 75년이 지났고 세상이 변했지만 근본이념은 유효하다고 본다.

정치를 대신할 수 없지만 유대감을 형성해
사회자: 이란과 사우디의 기자를 만났는데, 국가는 정치 군사적으로 대립할지 몰라도,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대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등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저는 남한 기자로서 북한 취재를 할 때마다, 남북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꽉 막힌 정치 상황과 달리 스포츠는 좀더 자유롭고 열린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선수들은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과 북한 등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더라도, 이들 나라가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맞붙는 모습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언론으로서 이를 전달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일본 국민에게 알리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라티우샤: 선수들은 각국 정부 간의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서서 치열하게 경쟁한 뒤 악수를 할 수 있다. 인도와 정치적으로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도, 우리 기자들이 가장 먼저 나누는 대화는 선수들, 경기, 경기력, 인간 스토리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교류는 고정관념을 허물 수 있다. 나는 정치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대화의 기회를 스포츠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스포츠가 외교를 대체할 수는 없고, 언론인이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수도 없지만, 스포츠는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경제 대회도 좋지만, 선수 위한 최소 기준 필요
사회자: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는 비용 절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개최 비용이 늘어나면, 대회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경제적으로 대회를 열면 선수들에게 최고의 편의나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 비용 절감과 경기력 유지라는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나카무라: 선수촌 건설은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대회 후 주택 등으로의 2차 활용도 그 나라의 주거 상황 등에 따라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에서 선수촌을 짓지 않은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크루즈 선박은 컨테이너 숙소까지 포함해 앞으로의 대회에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숙박시설을 선수촌이 아닌 다른 형태로 바꾸면서 640억엔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

프라티우샤: 저도 크루즈선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며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회 이후 사용처가 제한될 비싼 영구 숙소를 짓는 것을 주최 쪽이 피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인도에서도 대규모 스포츠 대회 뒤 사후 유지 관리가 어려워지는 고가의 인프라가 남는 점을 목격해 왔다.
사회자: 크루즈선 숙박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본다. 동시에 선수들을 위한 수송, 교통 환경에 아이치현이나 나고야시에서 좀더 신경 쓸 수 없었겠느냐는 생각도 해본다.
프라티우샤: 비용에 대한 신중한 고려는 공적 자금이 투입될 때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스포츠 행사가 불필요한 지출이나 사후 활용도가 낮은 인프라를 조성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비용 절감과 선수들의 기본적인 요구 사항을 희생하는 것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숙박, 교통, 영양, 의료, 훈련, 회복 등은 엘리트 선수들에게 사치품이 아니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저렴한 방안을 택하기보다는 “최소한의 필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기준이 보장된다면, 다른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을 모색해야 한다.

경기장 프레스 안내 부족한 문제 있었다
사회자: 개인적으로 체조 경기장에서 미디어 게이트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관중들은 최고의 동선을 제공받았고, 경기장 내부의 관전 시설과 분위기는 부러울 때가 많았다. 기자로서 대회 소회를 말해달라.
나카무라: 기자석과 각 경기장의 프레스 센터 등의 안내가 부족한 문제점이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경기 결과, 속보 제공 등 최소한 보도에 필요한 환경은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프라티우샤: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이동 경로 안내와 정보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기자들이 하루에 여러 경기를 취재할 때, 미디어 출입구, 믹스드 존, 미디어 센터 또는 교통편을 찾는 데 사소한 어려움조차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명확하고 일관된 안내 표지판은 개선해야 할 가장 확실한 부분이다. 미디어 출입구, 이동 경로, 도보 소요 시간을 표시한 지도와, 이를 디지털 정보로 제공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회자: 두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아시안게임의 미래는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내용과 의미를 채우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이런 수행적 과제의 의미를 한번 되짚어본 것이 이번 토론의 의미이고, 미디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겨레의 초청에 응해준 두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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