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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8, 2026

양자경 “나이가 얼마든 도전할 기회는 있다…영화도 큐브도”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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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충(양자경·64)의 눈은 도전을 이야기할 때 반짝였다.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아실 겁니다. 모든 캐릭터가 달랐다는 것을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그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양자경은 지금의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아시아계 영화인 중 하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은 출연진 전원이 아시아인이었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2022)로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70세 ‘자오옌훙’(양쯔충)과 20대 루빅스 큐브 챔피언 ‘우유웨이’(류하오란)이 함께 루빅큐브를 맞추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70세 ‘자오옌훙’(양쯔충)과 20대 루빅스 큐브 챔피언 ‘우유웨이’(류하오란)이 함께 루빅큐브를 맞추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후 양자경은 아시아인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에서 선한 듯 보이지만 권력 지향적인 캐릭터 ‘마담 모리블’을 연기했다. 오는 11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되는 SF 드라마 <블레이드 러너 2099>에 공동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양자경이 부산에 들고 온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바이 슈에 감독)은 그가 오랜만에 출연한 중화권 영화다. 양자경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방식으로 아시아 영화에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서양과 동양을 잇는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가 사라지지 않게 왔다 갔다 하며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양원의 독불장군 70세 할머니 ‘자오옌훙’(양자경)이 20대 루빅큐브 챔피언 ‘우유웨이’(류하오란·류호연)를 만나 세계 대회에 도전한다. 2021년 65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령 B단 큐브 고수가 된 자오원잉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다.

양자경 “전성기 지났다고? 믿지마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 기자회견에서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 기자회견에서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연말 개봉 예정인 영화는 알록달록한 루빅큐브처럼 명랑하고 통통 튄다. 자오옌훙은 저만 아는 괴팍한 노인 같으면서도 승부에서 이기면 뛸 듯 좋아하는 순수함을 지닌 인물이다.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틀을 따라가지만, 루빅 큐브라는 종목의 신선함과 주연을 맡은 양자경의 존재감이 극을 이끈다. 여성 노인들의 우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양자경은 “나이가 얼마나 많든 기회는 있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좋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양자경은 영화 인생을 돌아보며 “아시아 여성이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뿐 아니라 1980~90년대 홍콩 영화 부흥기 시절 활약할 때부터 남다른 존재였다. 남성 중심 서사가 주류였던 홍콩 영화계에서 여성 액션물 <예스마담: 황가사저>(1985)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기 발레를 전공했던 그는 유려한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본드걸’ 역을 맡은 <007 네버 다이>(1997)가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양자경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첩보영화에 출연하면서 (아시아인 진출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할리우드 무대에 발을 내디디며 “전 세계에 아시아 사람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내가 소수자라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의 ‘자오옌훙’(양쯔충(양자경))이 루빅큐브를 맞추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의 ‘자오옌훙’(양쯔충(양자경))이 루빅큐브를 맞추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후 제안받은 배역들 또한 아시아인을 향한 고정관념이 반영된 캐릭터였다. 양자경은 “고민 없이 역할을 맡으면, 그런 고정관념에 박힌 이미지로만 소비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굳은 편견을 깬 영화로는 비영어권 영화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와호장룡>(2000)을 꼽았다.

양자경에게 영화는 곧 인생이다. 그는 “영화를 통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세계가 저에게 왔다”며 “많은 사람의 입장이 되어봤고, 많은 사람을 만나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과 일하는 것이 “전혀 겁나지 않는다”는 양자경은 “신진 감독과 이야기하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에에올>이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였다는 것을 짚었다. “젊은 감독은 감각이 신선해요. 저를 보는 관점도 기성 감독과 다르죠. <에에올> 대본을 봤을 때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떠오릅니다.”

양자경이 부산을 찾은 것은 15년 만이다. 양자경은 그사이 부산국제영화제도, 자신도 “오랜 길을 걸었다”며 “우리의 영화와 문화를 전 세계와 나누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둘 다 일정 부분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것을 꿈꾼다고 했다. “삶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 도전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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