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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2, 2026

쓰러진 발작 환자…퇴근한 간호사, 만원 지하철 인파 뚫고 살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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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노인을 살린 서혜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노인을 살린 서혜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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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쓰러진 분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잖아요. 119가 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그냥 두면 보통은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니까요.”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노인을 살린 서혜원(38)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몸이 바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식당이나 대중교통 등에서 쓰러진 사람을 살렸다는 미담 뉴스는 자주 나오지만, 막상 내 눈앞에서 벌어졌을 때 직접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쓰러진 노인의 목숨을 살린 서 간호사를 지난 16일 서울 서초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났다. 서 간호사는 “정말 별거 아닌데…”라고 쑥스러워했지만, 아무런 대가없이 위험에 처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그는 ‘숨은 히어로’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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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은 지난 1일 퇴근길이었다. 직장 근처인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을 타고 집에 가던 도중 군자역 즈음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 지연되고 있다’는 지하철 방송이 나왔다. “승객이 꽉 차서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같은 칸에서 뭔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서 간호사는 바로 인파를 뚫고 그쪽으로 향했다. 쓰러진 노인은 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전신 발작 증상까지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먼저 기도를 확보했어요. 발작은 잦아들었으나, 맥박이 점차 약해지면서 심정지 증상이 보여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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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다음 정거장인 중곡역에 도착했고, 노인을 승강장으로 옮겼다. 서 간호사는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응급조치를 하면서 곁을 지켰다. 다행히 노인은 의식을 되찾았고, 곧바로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서 간호사의 발빠른 대처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셈이다.

서 간호사는 주변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제가 환자에게 도착하기 전에 남성 한분이 이미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어요. 여성 한분도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고요. 승강장으로 옮기고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두분 모두 함께 있었습니다.” 서 간호사는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일반 시민들이 “정말 대단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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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간호사는 15년차 베테랑 의료인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병동에 근무하며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많이 돌봤고, 현재는 외래간호팀에서 일한다. 그가 위험에 처한 환자를 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달 전쯤엔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을 도왔고, 병원 내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적도 있다. 의료인이라는 직업정신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선한 마음이 서 간호사를 움직였다. 매년 병원에서 이뤄지는 심폐소생술 교육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서 간호사는 환자를 안전하게 인계하고 긴장이 풀렸을 때, 잠시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환자의 질환 등 정확한 정보가 없는 속에서 이뤄진 응급조치라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의로 도왔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소송 등 책임을 져야 될 수도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서 간호사처럼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줬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돼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를 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응급치료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구조자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대한 과실’이란 문구 등이 모호해 소송을 거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 부분이 ‘감면’에서 ‘지지 않는다’로 개정되는 등 면책 부분이 확대됐다. ‘중대한 과실’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방향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간호사와 달리,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이 위급상황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걸까. “가장 중요한 것은 119 신고입니다. 현장에서 경황이 없어 잘 안될 때도 있는데, 특정한 사람을 지목해 신고를 부탁하는 것이 좋아요. 심정지 등 위급상황에선 비전문가라도 조치를 취해야 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률이 낮아지거든요.” 서 간호사는 “이번 경우처럼 발작 환자의 경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막히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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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간호사의 이번 ‘선행’은 당시 현장에 있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연락하면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가 병원에 전달한 내용은 이렇다. “순식간에 벌어진 급박한 상황에서도 간호사님은 침착하게 필요한 조치를 이어갔다. 전문적인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이런 선행이 알려져 응급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서 간호사는 “일은 힘들지만, 아픈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때 정말 보람이 크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해서 전문 간호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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