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동물원 학대 못 막은 ‘최소한의 안전망’ [정진아의 다르지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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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
우리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동물 역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사람의 언어로 증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동물의 입장을 고려하는 법과 제도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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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최소한의 장치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동물은 극한까지 내몰릴 수 있다. 지난 10월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미어캣 학대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서울의 한 실내동물원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업주가 전시장에 들어가 미어캣을 폭행하고 펜치로 입과 코 등을 비틀며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담겼다. 단체가 확보한 자료에서는 미어캣 외에도 여러 동물이 다치고 병든 채 방치되거나 끝내 죽음에 이른 정황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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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동안 동물원을 관리감독하는 지자체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곳은 행정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아니었다. 서울시에 등록된 정식 동물원이었고, 올해도 여러 차례 점검을 거쳐 계도와 조치명령을 내린 기록이 있다. 하지만 적발한 문제조차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례로 지난 5월 서울시가 알파카 먹이주기 체험을 제한하도록 요청했지만, 다음 달 단체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체험은 버젓이 이어지고 있었다.
학대 사건이 알려진 뒤 서울시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점검만으로 동물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의 미비를 탓하기에 앞서 현행법이 부여한 권한만큼은 충분히 행사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발한 문제조차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채 제도의 미비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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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드러낸 문제는 현장에서의 집행 공백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업주는 야생동물 생산판매업에 종사하며, 정부의 백색목록위원회 위원으로도 위촉됐다. 백색목록은 생태계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반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정하는 제도다. 백색목록 지정 과정에서는 해당 동물이 사람의 관리 아래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종인지 판단하기 위한 동물복지 기준 또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종을 사고팔지 논의하는 자리에 업계 종사자가 참여했고, 심지어 그는 동물을 학대한 당사자였다. 위원의 적격성과 이해관계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도 수립 과정의 문제가 제기됐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색목록 지정 절차를 규정한 지침이 마련되기도 전에 백색목록 888종이 사실상 확정됐으며, 평가위원 구성도 산업계 인사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또 백색목록 종을 추리기 위한 연구용역 과정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이 판매업계가 제출한 151종을 추가하도록 요구했다는 연구진의 증언도 나왔다.
동물원을 관리하는 제도권 안에서조차 동물은 안전을 위협받았고, 정부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는 그 동물을 학대한 당사자가 있었다. 가해자 한명을 처벌하고, 위원직을 해촉하는 데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백색목록 지정 절차에 하자가 확인되면 원천 백지화까지 검토하고, 법을 위반하거나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동물체험에 대해서도 법 취지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공수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를 설계하는 기준부터 현장에서의 이행까지 법과 정책 전반을 정비하고 실질적인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우리 사회가 적어도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스스로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존재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 약속은 더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동물의 삶이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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