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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대구 시월항쟁 널리 알리고 싶어 직접 소설로 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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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환경운동가 유성찬씨가 자신이 쓴 소설 ‘10월-우리는 대구에서 왔다’(왼쪽)와 집필에 참고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환경운동가 유성찬씨가 자신이 쓴 소설 ‘10월-우리는 대구에서 왔다’(왼쪽)와 집필에 참고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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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이념 같은 정치 논쟁에서 벗어나서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요? 그런 바람을 담아 파편된 기록과 기억 조각을 상상력으로 얽었습니다.”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환경운동가 유성찬(63)씨가 직접 쓴 소설 ‘10월-우리는 대구에서 왔다’(더봄) 책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환경시스템공학, 환경경영을 전공한 그는 고향인 포항에서 사회·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책을 쓴 적은 있지만 시, 소설 같은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그가 대구 10월항쟁 80돌을 앞두고 소설을 써 책으로 냈다. 낯선 도전은 ‘부캐’(부가캐릭터)로 ‘유재연’이라는 필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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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우리는 대구에서 왔다’ 표지.
‘10월-우리는 대구에서 왔다’ 표지.

소설은 작은 제목과 같은 ‘우리는 대구에서 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이었어요. 잊어선 안 되는 곳,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인 것처럼 말씀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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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등장인물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을 녹여냈단다. 주인공 한도영과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기록하는 간호사 김연숙은 콜레라가 창궐한 대구의 병원에서 아프고 굶주린 사람들을 보살피는 인물들이다. “어머니는 간호사였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포항 한센인 집단거주 마을에서 함께 사람들을 돌보다가 만나셨대요. 저는 그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소설은 포항의 한 수녀원에서 김연숙의 수첩을 찾으면서, 1943년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이다. 정식으로 등단한 소설가도 아니고, 전업 작가도 아닌 그는 스스로를 투영시킨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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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월항쟁을 다룬 첫 소설은 정영진 작가가 1990년에 쓴 ‘폭풍의 10월:대구 10·1사건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 이데올로기’라는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형태를 취하지만, 근현대사 기록물에 더 가깝다.

“더 많은 사람이 10월항쟁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 제격인 것 같았죠. 막연하게 누군가 소설을 써주면 참 좋겠다 싶었죠. 하루는 지인이 저더러 ‘직접 쓰지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오래전부터 주변 분들의 이야기와 스스로 공부한 것들을 글로 써뒀는데, 그걸 글감으로 쓸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요.”

“누군가 소설 쓰면 좋겠다” 생각하다
“직접 써라” 권유에 2년 전부터 집필
‘사람을 먼저 보는 인물’로 주인공 그려
“이념보다 사람부터 먼저 살려야” 강조

“대구는 한국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곳
그러니 우리는 분명 대구에서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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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소설 쓰기는 2년여 전부터였다. 쉽지 않았단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 사건도 담아야 하고, 이 이야기도 넣어야 하고, 이 인물도 빠지면 안 되는데…. 첫 원고는 350여쪽 분량으로 출간된 소설의 곱절에 달했단다. 수십번의 퇴고는 이야기를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10월항쟁의 세세한 일들을 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욕심이었어요. 사실을 전하는 건 학자의 영역일 테니, 저는 좀 더 말랑한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액자 속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1943년부터 1946년까지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광복의 기쁨과 혼란, 일제 경찰이 해방된 나라에서 다시 경찰이 되어 ‘질서’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억압하는 과정을 빠르게 전달한다. 1946년 10월1일 살기 위해 시작한 항쟁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이야기는 대구를 겪은 주인공 한도영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북 왜관으로 향했다가 주검이 되는 것으로 맺는다. “10월항쟁이 대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관, 경산, 영천 등 경북 곳곳으로 번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소설은 10월 초 일주일 남짓 이후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주인공 한도영은 ‘사람을 먼저 보는’ 인물로 묘사된다. 내 편 네 편을 나누기보다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말은 소설에서 세뇌 수준으로 반복된다. “저도 압니다. 한도영은 실존하기 어려운 인물이죠.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이념 이야기는 다루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에 대한 제 개인적인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희림 시인은 이 책 서평에서 “대구 10월항쟁의 구체적인 경과와 역사적 전개 과정이 보다 치밀하게 얽혀있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10월’의 잿더미 속에서 ‘사람’이라는 가장 눈 부신 등불 하나를 줄곧 밝히고 있다”고 했다.

“대구 10월항쟁은 해방 뒤 사상이나 이념 같은 것이 자리 잡기 전에 시작된 첫 항쟁이에요. 친일 경찰이 해방 뒤에도 기득권을 지키며 다시 쌀을 빼앗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한 겁니다. 대구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곳이란 말이지요. 그러니 우린 분명 대구에서 온 것이지요.”

유성찬씨는 “어쨌든 소설책을 냈으니 제 오랜 소원은 이뤘다”면서 웃어 보였다. “출판사 손해는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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