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 현장]③ 마사이족 살리는 '이동 보건소'…케냐 모자보건 생명선

코이카-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접경 카지아도주서 찾아가는 진료소 운영
시뮬레이션 센터 통해 의료진 역량 강화…2029년 전문의료센터 완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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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의 한 외곽 마을에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굿네이버스가 지원하는 '이동형 보건소' 차량 앞에 마사이족 산모들이 아기를 안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이 서비스는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은 임진주 굿네이버스 필드 매니저. 2026.10.12 raphael@yna.co.kr
(카지아도[케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광활한 사바나에서 생명의 탄생은 종종 축복보다 목숨을 건 사투에 가깝다. 유목 생활을 하는 케냐 마사이족 여성들에게 병원 문턱은 높기만 하다. 하지만 이 척박한 땅에 차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국경 쪽으로 3시간을 가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산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단편적 원조를 넘어 마을로 직접 찾아가 의료 공백을 메우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의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선을 든든하게 잇고 있는 K-보건의료 현장, 카지아도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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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의 한 외곽 마을에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굿네이버스가 운영한 아웃리치 현장에서 현지 의료진이 아동의 신체 계측을 진행하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 의료 소외지역 3만명 품었다…매월 마을로 찾아가는 진료
우리나라 강원도 면적보다 1.3배 넓은 카지아도주는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라 대다수의 주민은 보건시설조차 없는 의료 소외지역에 흩어져 살아간다. 물과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마사이족의 경우 현대식 의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드물다.
여성들의 삶은 더욱 가혹하다. 척박한 환경에 오랜 조혼 풍습, 여성할례(FGM)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수많은 산모와 신생아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이 보고된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의료진이 오지 마을을 찾아가는 '이동형 보건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아웃리치'로 부른다.
코이카와 굿네이버스는 2021∼2026년 79억원을 투입해 카지아도주 4개 서브카운티를 중심으로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웃리치 진료 현장과 함께 주 내 4개 거점 병원에 구축된 임상 시뮬레이션 센터 운영이 이 사업의 핵심 축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카지아도주의 한 외곽 마을 임시 진료소에서는 임산부를 위한 산전·산후 검사, 영유아 백신 접종,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진, 영양 상태 모니터링 등 모자보건 관련 핵심 진료가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사업수행기관(PMC)인 굿네이버스는 매월 6회 이 활동을 진행한다. 보건시설이 전무한 유목민 거주지의 특성을 고려해,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기 쉬운 학교나 교회, 혹은 커다란 아카시아 그늘에 임시 진료소를 꾸린다.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3만여명의 지역 주민이 생애 첫 의료 혜택을 경험하거나 필수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었다.
임진주 굿네이버스 필드 매니저(FM)는 "마사이족 산모들은 진통이 와도 병원이 너무 멀어 집에서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 출산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동 진료는 이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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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 서브카운티 병원 입구에 걸린 현판. 과거 1차 보건지소에 불과했던 이 병원은 2008년부터 이어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을 통해 현재 전문의가 상주하는 지역 핵심 거점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2026.10.12 raphael@yna.co.kr
◇ 모세혈관서 대동맥으로…입체적 의료망 완성 '키텐겔라 병원'
아웃리치가 오지 마을을 돌며 고위험 산모를 찾아내는 모세혈관이라면, 이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수술과 응급 처치를 담당하는 대동맥 역할은 지역 거점 병원이 맡는다. 코이카가 지원해 온 키텐겔라 서브카운티 병원이 대표적이다.
십수 년 전 예방접종이나 가벼운 상처를 치료하던 1차 보건지소에 불과했던 이곳은 2008년부터 시작된 코이카의 건축·필수 의료 기자재 지원을 거쳐 카지아도주 동부 거점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전문의가 상주하며 제왕절개 수술과 복잡한 응급 분만이 모두 가능한 현지 4등급 의료기관, 즉 한국의 종합병원급인 '2차 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변화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80명 이상의 전문 보건의료 인력이 한 달 평균 500건 이상의 분만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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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 서브카운티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서 한 미숙아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으로 마련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받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아웃리치에서 고위험 판정을 받은 마사이족 산모들의 최종 목적지이자, 인근 나이로비나 마차코스 지역에서도 소문을 듣고 원정 진료를 올 만큼 지역 핵심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키텐겔라 병원 내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들어서면 일정하게 울려 퍼지는 모니터 기계음 사이로 쌕쌕거리는 작은 숨소리들이 가득했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미숙아들이 코이카가 지원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명줄을 붙잡고 있었다.
베로니카 아부토 키텐겔라 병원장은 "코이카의 지원 덕분에 과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산부인과 응급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폭증하는 진료 수요에 맞춰 모자보건 서비스의 질을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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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 서브카운티 병원의 베로니카 아부토 병원장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으로 개선된 병원 시설과 폭증하는 의료 수요 대응 현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 실전 같은 훈련, 임상 시뮬레이션 센터…전문의료센터 건립 예정
이러한 기적이 일상적으로 가능해진 배경에는 단순히 건물을 지어주고 장비를 들이는 하드웨어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이를 운용할 현지 의료진의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키워낸 코이카의 노력이 숨어있다.
코이카와 굿네이버스는 79억원 규모의 '카지아도주 보건 시스템 강화를 통한 모성 및 신생아 보건 개선사업'의 하나로 카지아도주 내 4개 거점 병원에 '임상 시뮬레이션 훈련 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아가칸대학교(AKU) 케냐 캠퍼스의 기술 지원으로 조성된 의료인력 실습 교육 시설인 센터에는 산부인과 응급 상황과 신생아 처치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특수 실습용 마네킹과 첨단 장비가 갖춰져 있다.
현지 의사와 간호조산사들은 난산, 신생아 질식, 산후 출혈 등 생사를 가르는 위급 상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분만과 신생아 소생술 등을 반복 연습한다. 책으로만 배우던 의학 지식이 현장 응급 대응력으로 변모하는 훈련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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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아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리디아 문테이안(오른쪽) 카지아도주 의료국장이 지역 내 거점 병원에 구축된 임상 시뮬레이션 훈련 센터에서 박완규 코이카 케냐사무소장에게 임산부 모형 마네킹을 활용한 응급 처치 교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리디아 문테이안 카지아도주 의료국장은 "보건 시설 간 거리가 평균 30km가 넘고 도로 사정도 열악한 지역 특성상 이동 진료의 성과가 매우 컸다"며 "시뮬레이션 센터 역시 의료진에게 상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임상 판단력을 높임으로써,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이카는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5∼2030년 총 1천400만 달러(약 188억원)를 추가로 투입해 고위험 분만 수요를 전담할 '모성과 신생아 전문의료센터(SMC)'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수행기관(PMC)인 이화의대부속서울병원·현대아산 컨소시엄이 병원 운영과 의료 서비스 질적 향상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부지 내 지상 2∼3층, 174병상을 갖출 SMC는 2029년 완공 예정이다. 킬리만자로가 굽어보는 사바나의 척박한 땅에서 K-의료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2일 08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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