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분홍 소음’이 뇌 청소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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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하지만, 몸 안에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리적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몸의 사령탑인 뇌의 통제에 따라 각종 호르몬이 온몸을 순환하며 낮 동안 여러 활동을 하느라 지치고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면역 체계를 재정비한다. 동시에 뇌 스스로는 낮에 쌓인 기억을 차곡차곡 정돈하고, 뇌척수액을 이용해 낮 동안 쌓인 젖산이나 독성 단백질 등의 노폐물을 씻어내며 다음날을 준비한다.
수면 중 뇌 세포에 달라붙어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업은 글림프 시스템이 담당한다. 잠을 자는 동안 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면서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들어가 노폐물을 걷어내고 다시 빠져나온다. 더러워진 곳에 물을 뿌려 오염 물질을 씻어내는 것과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수면 중 수면 중 적절한 시기에 분홍 소음(핑크 노이즈)을 들려주면 뇌 척수액의 흐름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분홍 소음의 이런 효과를 이용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 배출이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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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파가 정점 이르렀을 때 분홍 소음 자극
분홍 소음이란 우리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 가운데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즉 음이 높아질수록 소리가 작아지는 소리를 말한다. 고주파(고음) 에너지가 저주파(저음)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묵직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잔잔한 빗소리나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 소리가 이에 해당한다. 심신 안정, 집중력 향상,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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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이끈 로라 루이스 교수는 앞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수면 중 뇌척수액의 흐름을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뇌척수액 흐름이 깊은 수면(비렘수면)과 관련된 뇌파인 서파(slow wave)와 긴밀하게 연동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서파는 느리고 진폭이 큰 뇌파를 가리키는 말이다. 잠이 깊을수록 서파의 진폭도 커진다. 서파 수면은 잠든 직후, 즉 밤의 전반부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새벽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든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으로, 뇌파를 조작해 뇌척수액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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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14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수면 중 서파가 정점에 이른 시점에 50밀리초(ms) 길이의 짧은 분홍 소음을 들려줬을 때 서파 진폭이 커지면서 뇌척수액의 흐름이 더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커진 서파가 혈관 수축과 확장을 촉진해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더 많이 들어가도록 펌프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품고 다시 뇌 밖으로 나가는 흐름도 촉진한다는 걸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유입과 유출은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루이스 교수는 분홍 소음의 효과를 아이가 그네를 탈 때 적절한 순간에 그네를 밀어주면 그네가 더 멀리 가는 것에 비유했다.

치매 물질 배출 촉진 기대…실용화 기기 개발중
그러나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뇌파와 뇌척수액 흐름을 동시에 측정해야 했는데, fMRI에 사용하는 자기장이 뇌파 검사(EEG)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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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MRI의 방해를 100밀리초 이내에 재빨리 제거하는 초고속 뇌파 신호 처리 방식을 개발했다. 아울러 서파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를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덕분에 분홍 소음을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서파가 발생하는 깊은 잠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분홍 소음을 이용한 뇌척수액 흐름 촉진이 불면증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지 알아볼 예정이다.
논문 제1저자인 조슈아 레빗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같은 독성 단백질의 뇌 축적이 일부 원인이 돼 발생하기 때문에 뇌 노폐물 제거가 매우 중요하다”며 “뇌 노폐물 배출 기능을 촉진할 수 있다면 독성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실용화에도 나섰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을 토대로, 수면 중 적절한 시점에 청각 자극을 전달해 뇌척수액 흐름을 돕는 머리띠형 장치를 개발하는 중이다.
*논문 정보
Closed-loop auditory stimulation in phase with slow waves during sleep enhances cerebrospinal fluid flow in hu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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