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백색목록 888종 ‘졸속 지정’ 지적에…김성환 “원천 백지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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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정한 ‘백색목록’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원천 백지화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색목록 지정 과정에서 정식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담당 기관이 업계 목소리에 힘을 실으면서 목록에 포함된 종 수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장관의 답변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국립생물자원관(자원관)의 백색목록 지정 과정·절차, 연구용역 과정에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백색목록은 일반 가정에서 길러도 환경·공중보건·동물복지에 위해가 없다고 보는 야생동물 종을 정해 도입·사육·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로, 지난해 12월14일 시행됐다. 현재 고시된 백색목록에는 포유류 9종·조류 17종·파충류 655종·양서류 207종 등 888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목록이 백색목록 지정 절차를 규정한 훈령이 제정되기 전에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백색목록 운영지침(훈령)이 지난해 12월14일 고시됐는데, 같은 날 이미 백색목록 888종이 고시됐다”면서 “백색목록위원회가 해야 할 사항을 자원관이 내부 결재로 끝내 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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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생물법과 시행규칙은 법정관리종이 아닌 야생동물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막고, 환경 영향과 안전성 등을 따져 기후부 장관이 고시한 종만 예외로 허용한다. 목록을 정할 때 필요하면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했는데, 자문을 맡을 전문가 그룹인 백색목록위원회와 종 지정 절차를 정하는 훈령(백색목록 검토 및 지정 등에 관한 지침)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목록이 고시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백색목록위원회는 고시 나흘 뒤 발족했다.
이어 박 의원은 2023년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서 자원관이 ‘수입 가능 종 감소에 따른 애완동물 시장 위축과 경제적 손실’, ‘관련 산업 위축 우려’ 등을 거론하는 등 업계 이익을 대변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연구를 담당했던 박진영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장에게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인데, 저 문구들은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인지, 업자 대변인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시 연구진에 확인한 결과, 자원관이 업계에서 추천한 목록을 후보 종에 더 반영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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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목록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 위원의 자격 논란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최근 보도된 ‘미어캣 학대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자가 현재까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서울시 한 실내동물원에서는 동물원 업주가 미어캣의 코·입을 펜치로 비틀고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등의 동물 학대가 벌어져 논란이 됐다. 이에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해촉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지적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해야 될 절차 이전에 이미 사실상 내용이 확정됐다면, (백색목록으로) 지정한 800여개 종 목록의 지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라며 “내부적으로 절차의 위법성은 없었는지 따져보고, 하자가 있으면 원천 백지화를 포함해 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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