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러 ‘경유 거래’에 “중대한 실수” “매우 실망스러워” 비난 쇄도···유럽에 더욱 붙는 우크라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에너지부 장관이 최근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행정동 건물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를 대규모 공급받기로 했다는 소식에 유럽의 반발이 쇄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 국가 정상들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며 유럽과의 밀착을 드러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러시아산 디젤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면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수입을 더 확보하게 된다”며 “지금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성명에서 “EU는 러시아산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단호하게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식량 공급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휴전이 필수적이라고 계속해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즉시 30만t 이상 공급받고 다음 달 중 50만t, 그 직후 100만t을 추가로 공급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EU는 2023년부터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해 제재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독재자와 거래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이는 중대한 실수”라며 “가스와 연료 판매로 얻은 돈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에너지 수입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미국이 러시아와 디젤 공급에 합의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가고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란 방침도 밝혔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결정을 고수하며 유럽 파트너들과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도 “에스토니아와 이번 주 있을 유럽 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신속히 확대해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폐허로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합의가 국제 연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도 러시아가 실제로 디젤을 공급할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료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란 전쟁”이라며 “끔찍한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 거래 소식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야 한다”고 발언하자 유럽 각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지지 확보에 나섰다. 그는 핀란드·프랑스·노르웨이·영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차례로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유럽 각국의 지지와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오는 12일 EU 외교장관들은 러시아를 겨냥해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을 승인할 예정이다. 지정 규모는 16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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