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하루 전 문 닫은 베이징 퀴어영화제···중국의 성소수자 통제 강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막 예정이었던 2026 베이징 퀴어영화제 ‘러브 퀴어 시네마 위크’ 포스터. 출처 베이징 퀴어영화제 인스타그램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베이징 퀴어영화제가 개막을 하루 앞두고 취소됐다. 중국에서 성소수자 관련 영화와 담론을 공개적으로 소개해온 드문 독립 영화제가 또 문을 닫으면서 성소수자 공동체와 독립 영화계의 활동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이징 퀴어영화제 주최 측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화제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주최측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지글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예정이었던 ‘러브 퀴어 시네마 위크’가 취소됐다”며 “행사를 기대하거나 참여를 계획했던 분들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동안 경찰이 주최 측에 반복적으로 전화해 압박했고, 결국 개막을 하루 앞두고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베이징대 학생들이 시작한 이 영화제는 중국 본토에서 성소수자(LGBTQ+) 관련 영화와 토론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사실상 유일한 독립 영화제였다. 중국 퀴어 공동체와 독립 영화인들에게는 작품을 상영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드문 공개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원봉사 신청자가 200명으로 늘어 2024년보다 4배 증가하는 등 행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베이징 퀴어영화제 주최 측이 올린 영화제 취소를 알리는 성명. 출처 베이징 퀴어영화제 인스타그램
영화제 취소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이 공산당의 공식 이념과 다른 사회적 담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가디언은 “중국 당국은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공개적 논의에 점점 비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공산당의 세계관과 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는 영화제도 엄격한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 영화제를 겨냥한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베이징독립영화제가 당국의 압박으로 문을 닫았다. 당시 당국은 영화제 창립자를 구금하고 상영장 전력을 차단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국 독립영화제도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취소됐다.
중국 내 문화기관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관련 행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베이징 주재 프랑스문화원이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기획한 성소수자 주제 영화 상영이 경찰의 압박으로 취소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마야 왕 아시아 부국장은 “시 주석 치하의 중국 정부는 사회·이념 통제를 끊임없이 강화해 왔다”며 “당국이 승인한 활동 외의 모든 활동은 더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종종 공식적인 탄압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인트앤드루스대의 홍웨이 바오 교수는 “베이징 퀴어영화제가 중국 퀴어 공동체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등대’ 역할을 해왔다”며 “영화제 폐쇄가 공동체 전반에 위축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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