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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6

[책과 삶]“누가 그렇게 멀리 살래?!” 제대로 긁혔다···이 땅에서 ‘서울 바깥’에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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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JTBC에서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 중 한 장면. 경기도 외곽에 사는  주인공이 서울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탄 모습. JTBC 제공

2022년 JTBC에서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 중 한 장면. 경기도 외곽에 사는 주인공이 서울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탄 모습. JTBC 제공

서울 밖 감정
김화진·김현·성해나·이기호·임선우·현호정 지음
한겨레출판 | 152쪽 | 1만5000원

“강북에서 우리 집이 얼마나 먼지는 아냐? 너랑 헤어지고 난 맨날 우리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려서 갔어.”

“그건 네 사정이고, 누가 그렇게 멀리 살래!”

헤어지는 연인이 마지막 순간에도 누가 잘했느냐를 놓고 싸운다. 경기도 외곽에 살던 남자의 외침에 여자가 말한다. ‘그건 네 사정.’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한 장면이다. 작품은 경기도 외곽 마을에 사는 삼 남매 이야기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서울을 바라보고 살면서 그곳을 미워하고 선망하는 이들의 모습은 경쟁 사회의 피로와 불안을 담아내며 공감을 얻었다. 서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바깥의 우리는 그 안을 꿈꾸고 또 좌절하나.

서울 안팎에서 바라본 도시 이야기를 담은 작가 6명의 산문집 <서울 밖 감정>에 수록된 에세이 중 하나인 ‘너도 어서!’에서 소설가 임선우는 서울을 “한국에서 발생하는 야망들의 집결지 그 자체”라고 정의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56.8%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를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넓히면 77%까지 늘어난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남의 일이라는 듯이, 서울 아파트 값은 87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교육·기타 등등 모든 것의 중심지다.

[책과 삶]“누가 멀리 살래!”···이 땅에서 ‘서울 바깥’에 산다는 것은

그렇기에 그 안에 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묘한 위화감을 안긴다. 이기호는 서울을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문고로 기억한다. 젊은 시절 그가 서울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교보문고와 가급적 가까운 곳에 거처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결혼 후엔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로 들어간다. 그즈음엔 이미 취향을 포기할 수 있는 “때가 묻어” 있었다. 작가는 이제 직장 문제로 전남광주에 산다. 그는 “왠지 모르게 서울 밖으로 밀려났다는 감정이 들기도 했고, 튕겨져 나왔다는 열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난 이제 여기가 더 좋아”라고 말한다.

경기도 안양 출신 소설가 김화진에게 경기도의 ‘나’와 서울의 ‘나’는 서로 다른 존재다. 그는 “서울의 모르는 어딘가를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다시 안양으로 돌아오면 서울에서 했던, 받았던, 느꼈던 것들이 다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어린 시절 그에게 서울의 상수, 합정과 같은 동네는 안양과 달리 “뭔가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서울 강남역 일대에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본과 인구, 부동산, 사교육의 중심지 강남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과 양극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드론으로 강남역 일대를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강남역 일대에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본과 인구, 부동산, 사교육의 중심지 강남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쏠림과 양극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드론으로 강남역 일대를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바깥 여자들
안예슬 지음 | 이매진 | 255쪽 |1만8000원

선망도 열패감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선망이 실망으로, 열패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면 자신이 어디에 있든 그곳과 ‘서울’이라는 도시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 서울은 성공의 기준, 이루지 못해도 꿈꿔야 하는 목표의 다른 이름이다. 젊은이가 서울을 목표로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그가 꿈을 포기했다거나 대안적 삶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비수도권 청년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 채.

<서울 바깥 여자들>(이매진)은 비수도권에서 사는 청년 여성 11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비수도권 청년 여성의 고립과 독립과 자립에 관하여’로, 비수도권이라는 장소적 특징보다는 청년 고립이라는 주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이들의 고립은 서울 등 수도권 청년 여성의 고립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수도권 청년들이 경쟁과 비교 문화, 월세나 식비 등을 감당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스트레스에 의해 고립된다면, 비수도권 청년은 미래에 대한 기대의 부재로 고립된다. 더 나은 생활을 꿈꾸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인 질 좋은 일자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서울 바깥’의 청년들, 특히 여성들은 획일화된 상황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

직업 선택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간호사가 이들의 선택지에 주로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울처럼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여자는 공무원 아니면 간호사나 하라는 권유는 ‘서울 바깥’이라는 장소적 특징이 성차별적 인식 등과 함께 버무려져 나타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청년 여성들은 이런 자기 삶의 반경에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는데, 이때 너무 쉽게 결혼이라는 대안”에 빠져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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