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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여적]‘농구는 심장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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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현대자동차의 소형 세단 엑센트 TV 광고의 주인공은 키가 160㎝인 농구선수였다. 현란한 드리블로 장신 선수들을 따돌린 그가 덩크슛을 하고 나면 화면엔 “야무진 차! 엑센트”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엑센트의 ‘작지만 야무진’ 이미지를 온몸으로 전한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단신인 타이론 ‘먹시’ 보그스였다. 2m 넘는 장신들이 즐비한 NBA에서 그는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14시즌을 버텨냈다.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임을 증명한 것이다. 보그스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내 심장은 내 키보다 컸다”고 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지난 25일 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뛰어넘었다. 농구는 키가 전부가 아님을 실감케 한 명승부였다. 준결승을 앞두고 ‘경계 대상 1호’로 꼽힌 중국 선수는 223㎝인 장쯔위. 한국 남자농구 최장신이었던 하승진(221㎝)보다도 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장쯔위는 182㎝인 진안과 이해란이 함께 붙어도 머리 위에서 패스를 받아 손쉽게 골밑슛을 넣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키의 열세를 활동량으로 이겨냈다. 2명이 붙어도 장쯔위를 막기 쉽지 않자 3명이 에워싸며 집요하게 수비했다. 4쿼터에는 외곽포까지 폭발하면서 7년 만에 중국전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여세를 몰아 26일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이해란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매번 질 생각이 전혀 없이 경기에 임했기에 우승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랭킹의 열세에다 대표팀 ‘기둥’ 박지수와 ‘에이스’ 박지현이 모두 빠진 녹록지 않은 여건에도 패배라는 단어를 지운 담대한 심장의 ‘원팀’이 만든 승리였다.

박수호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 후 기자회견에서 “영광스러운 날”이라면서도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남자농구는 몰라도, 여자농구는 황금기라고 볼 순 없다. 여기선 다 말씀 못 드리지만 여자농구가 지금 굉장히 어렵다.” 박 감독이 걱정한 건 얇은 선수층과 취약한 저변이다. 여자농구팀이 있는 고교가 전국에 20곳도 되지 않는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여자농구 꿈나무들의 키보다 큰 심장을 마구 뛰게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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