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트럼프 패배에 돌아선 보수 언론···머독은 벌써 ‘포스트 트럼프’
4일(현지시간) 미국 대중지 뉴욕포스트의 1면. 뉴욕포스트 갈무리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보수 진영의 대표적 후원자였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머독 일가가 소유한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트럼프 이후’를 거론하면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주요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을 지목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앵커 숀 해니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선거 결과가 달랐을지를 묻는 말에 “100% 그렇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친트럼프 성향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도 이란 전쟁에 대해 “정말 힘들었고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폭스 뉴스 채널 스튜디오에서 “민주주의 2026: 선거의 밤”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스뉴스의 기류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선거 당일 밤 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소셜미디어에 진행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머독이 소유한 신문들도 선거 다음 날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 책임을 물었다. WSJ은 ‘트럼프의 심판이 다가온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 패배를 설계한 책임자로 규정했다. 백악관 복귀 이후 변덕스럽고 자기중심적인 행보로 보수 정치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허비했다며 공화당이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이후’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중지 뉴욕포스트는 1면에 거대한 푸른 쓰나미가 트럼프 대통령을 덮치는 삽화를 싣고 ‘트럼프에 대한 역사적 심판…민주당 중간선거 압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게재한 사설 ‘트럼프의 심판이 다가온다’. WSJ 홈페이지 갈무리
선거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자, 머독이 핵심 시청자와 독자들의 여론에 맞춰 보도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전직 고위 임원은 FT에 “머독은 패배자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머독은 이제 트럼프에게 관심이 없다. 시청자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곧바로 결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지지층이 여전히 폭스뉴스의 핵심 시청자층인 데다, 경쟁 보수 채널인 뉴스맥스가 폭스뉴스의 이탈을 틈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의 황금시간대 시청률은 지난달 1년 전보다 28%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폭스뉴스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뉴스의 관계도 여전히 끈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폭스뉴스를 비판하면서도 방송에 직접 전화해 20분 넘게 인터뷰했다. 폭스뉴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숨에 끊기보다는 핵심 시청층의 반응을 살피며 보도 기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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