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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30, 2026

“선생님 문자는 한 편의 시”…김혜수가 간직한 故 최불암의 특별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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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불암. 사진|KBS

고 최불암. 사진|KBS

배우 고(故) 최불암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생전 전한 따뜻한 말과 평범한 사람들의 밥상에 쏟았던 애정이 다시금 울림을 주고 있다. 후배 김혜수에게는 시 같은 문자로 안부를 전했고,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최불암은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고인의 다정한 면모는 2021년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별기획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김혜수는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함께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고인을 위해 특별한 밥상을 준비했다.

김혜수는 신인 시절부터 자신을 보살펴준 최불암·김민자 부부를 부모님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특히 최불암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며 “선생님 문자는 한 편의 시”라고 소개했다. 장문의 문자를 받을 때마다 여러 번 다시 읽는다고도 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문자에는 먼 길을 오가는 후배를 걱정하는 마음과 서정적인 감성이 담겨 있었다.

최불암은 해외에 머물다 돌아와 다시 뉴욕으로 향하는 김혜수에게 장시간 비행을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다. 서울의 가을바람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는 후배에게 포도주 한 잔을 마시고 푹 쉬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어 “그리움이나 보고픔도 지우면서 몸을 쉬게 해야 뉴욕이 좋아”라며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 포도가 익는 계절”이라고 적었다. 비행기 안에서만큼은 걱정을 내려놓고 좋은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달라는 다정한 당부로 글을 맺었다.

단순한 안부 인사였지만, 그 안에는 후배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과 계절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김혜수가 그의 문자를 오래도록 간직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정작 최불암은 김혜수의 감탄에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자연을 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시와 비슷한 글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인의 밥상’ 김혜수, 김민자, 최불암.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김혜수, 김민자, 최불암. 사진|KBS

그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은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이어졌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한국인의 밥상’은 전국 각지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 가족과 고향의 이야기를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최불암은 정겨운 목소리와 소탈한 모습으로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전했다.

고인은 2021년 1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0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음식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특히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했던 당시의 일화를 떠올렸다. 추어탕을 맛본 뒤 산초 덕분에 음식이 더욱 맛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는데, 한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르신은 선물을 주고 싶지만 가진 것이 없다며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싼 산초 한 숟가락을 건넸다. 최불암은 그 소박한 선물에 담긴 마음을 잊지 못했다. 그는 이처럼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프로그램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음식을 맛본 그가 꼽은 최고의 밥상도 화려한 음식이 아니었다.

최불암은 “가장 맛있는 건 가난한 밥상이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어머니들이 부족한 식재료로 가족을 먹이기 위해 지혜를 짜냈고, 그 밥상에 우리 삶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

고인은 밥상에 담긴 어머니들의 정성과 지혜를 이야기하며, 그 바탕에 깔린 우리 역사를 어른으로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그에게 ‘한국인의 밥상’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기록하는 여정이었다.

프로그램을 향한 애정도 남달랐다. 2021년 방송된 10주년 특집에서 촬영이 있는 날이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그날 만날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을 공부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출연자들의 정보를 정리하고 외울 만큼 정성을 기울였다.

당시 제작진도 그의 남다른 열정을 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촬영에 나섰고, 몸이 아플 때조차 자신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먼저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불암은 10주년 특집에서 “‘한국인의 밥상’과 10년을 함께한 게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방송 생활이 아니었나 싶다”고 돌아봤다. 전국에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몸 부서질 때까지 열심히 하는 게 사랑을 갚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오랜 시간 함께한 ‘한국인의 밥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재활에 힘써왔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해 끝내 세상을 떠났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최불암은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오랜 세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정의로운 형사이자 든든한 아버지였던 그는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서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전하는 친근한 길잡이가 됐다.

후배에게 건넨 다정한 문자 한 통, 낯선 어르신이 건넨 산초 한 숟가락, 이름 모를 이웃들과 나눈 따뜻한 밥 한 끼. 최불암이 소중하게 여긴 것은 언제나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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