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탈환’ 위협할 야당 없는 일본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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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8월 휴가철에는 일본 정치인들도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 지지층 다지기에 나서는 게 관례다. 하지만 올여름 야당은 그럴 틈조차 없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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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의원(하원) 선거 당시, 지난해 10월 연립여당에서 이탈한 공명당과 제1야당이던 입헌민주당이 신당 ‘중도개혁연합’(중도연합)을 결성했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중도연합은 불과 49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합당 이전 두 당의 의석을 더한 것과 견줘 100석 이상을 잃은 대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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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참의원(상원) 의원들은 중도연합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당정치라는 개념으로 보면, 양당 참의원 의원들도 합당해 제1야당 체제를 단단히 하는 게 마땅했다. 이후 두 당은 중도연합과 기묘한 ‘3당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입헌민주당 참의원 그룹들이 ‘합당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야당의 분열로 일본 정치권은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자민당)와 소인국 사람들(야당들) 같은 상황이 됐다.
정당끼리 통합할 때 이념과 기본 정책을 공유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것도 못지않게 필요한 일이다. 일본 야당들은 1990년대부터 합당 등으로 자민당에 맞서려고 노력하면서도, 이념과 정당별 의석수 차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통합 추진도 비슷했다. 입헌민주당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안보 법제 반대, 원전 폐지 등 진보적 정책을 주장했다. 오랜 기간 자민당과 연립여당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온 공명당 입장과 거리가 있다. 입헌민주당의 진보 성향 의원과 지방 조직은 정책적 거리감을 이유로 통합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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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기뻐한 것은 자민당이다. 정권을 위협할 ‘라이벌’이 없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독단적 국정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 한 정당이 되기 위해 이념 공유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당면한 정치 환경에서 최선의 대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정당 안에서도 구성원 간 정책 목표를 하나로 일치시키려다 보면 경직된 조직이 될 수 있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도 얻을 수 없다.
지금 야당에 필요한 건 차이의 강조가 아니라 큰 정책 방향의 공유다. 예를 들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 법제 문제는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차이를 드러내는 상징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관련 법 제정 과정에서 일본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존립 위기 사태’로 인정되는 경우 등에만 이를 행사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요구한 자위대의 호르무즈해협 파견 요구를 일본 정부가 거절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현재 일본 정치 상황에서 안보 법제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전쟁에 자위대가 가담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지난해 공명당의 연립정부 이탈도 다카이치 정부의 군사 우선 노선과 헌법 개악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뜻을 모을 수 있다. 정책 방향 공유란 이런 것이다.
일본의 야당 가운데는 국민민주당이나 참정당처럼 다카이치 정부의 여러 정책에 찬성하는 경우도 많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대신 자민당에 자신들의 정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노리는 ‘진짜 야당’이 없으면 일본 정치는 ‘선거를 치르는 전체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자민당은 합의점을 찾는 데 능숙하고, 진보 성향 정당은 차이점을 찾는 걸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일본의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정권 탈환이 목표인 정당이 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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