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박사나 딸까”…전세계 명문대 돌며 16개 학위딴 31살 남자

화제의 ‘학위 사냥꾼’ 제이미 비튼
하버드·옥스퍼드·칭화대 등서 학위
재학당시 학생단체 15곳서 활동하며
몸값 8000억짜리 대입컨설팅 사업도
2025학년도 가을 학기 초,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겸임교수 리사 벨킨은 자신의 수업에 한 학생이 연속해서 출석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보통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벨킨 교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학장에게 문의했다.
며칠 뒤 도착한 이메일에서 이 학생은 정중히 사과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창업학 강의를 하느라 일정을 착각했으며, 다음 주면 뉴욕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벨킨 교수는 자신만의 금기를 깨고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쳐보았다. 그리고 모니터에 떠오른 이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업을 빼먹은 학생의 이름은 제이미 비튼(Jamie Beaton, 31). 그는 2016년 하버드 대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하며 응용수학 석사를 동시에 취득했다. 이후 스탠퍼드 MBA, 예일 로스쿨(J.D.), 옥스퍼드 옥스퍼드대 로즈 장학생 출신의 공공정책학 박사까지 모두 28세가 되기 전에 마쳤다.
그의 학위 컬렉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튼은 원격 수업과 현장 수업을 병행하며 펜실베이니아대(교육창업학), 스탠퍼드(교육기술학), 프린스턴(금융학), 코넬(보건정책·경제학), 다트머스(이행과학), 킹스칼리지 런던(전쟁학), 베이징 칭화대(글로벌 학술) 등 초일류 대학에서 추가 석사 학위를 따 16개의 학위를 가지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비튼은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길러진 가족내의 학구열에 관해 들려주며 “학문이 우리의 종교였다”라고 회고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싱글맘 가정에서 외동아들로 자란 비튼은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둘러싸여 있었다. 기술자였던 외할아버지는 항상 신문이나 책을 읽었고, 어머니는 소형차를 사는 대신 아들의 교육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과목을 이수했던 그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25개 유수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그는 자신처럼 해외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크림슨 에듀케이션을 설립했다.
하버드 재학 시절에도 그의 일상은 범상치 않았다. 토론 클럽, 경제학회 등 15개 학생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와중에 새벽 2시면 해외 비즈니스 통화를 이어갔다.
학부 2학년 때는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창업자 줄리안 로버트슨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인턴으로 채용됐으며, 주 2회씩 뉴욕 사무실로 출근했다. 당시 멘토였던 알렉스 로버트슨이 “칸쿤 같은 휴양지에서 쉬다 오라”고 권하자, 비튼은 “일하고 싶은데 닷새 동안 백사장에 앉아 있는 것보다 고문 같은 일은 없다”며 거절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학업만 이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튼은 기업 가치가 6억 달러(약 8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대입 컨설팅 기업 ‘크림슨 에듀케이션(Crimson Education)’의 창업자이자 CEO이기도 하다.
그의 고객들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다년간의 프로그램에 3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비튼의 ‘끝없는 학위 수집’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찬사와 의문이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사업 마케팅을 위한 기획”이라거나 “학위에 대한 집착”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링크드인에서는 그의 16개 학위가 적힌 프로필이 ‘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튼 본인은 이를 담담하게 일축한다. “처음 5개 학위는 명확한 기술 습득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배움은 순전히 저의 다양한 열정과 호기심을 따르는 일입니다.”
현재 브라운 대학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비튼은 하루 6시간만 자며 전 세계 출장길에서도 과제를 제출한다. 존 키 전 뉴질랜드 총리는 그를 두고 “원자폭탄을 만든 어니스트 러더퍼드 다음으로 똑똑한 뉴질랜드인”이라고 평가했다.
예일 로스쿨 시절 스승이었던 ‘타이거 마더’의 저자 에이미 추아 교수는 “추천서를 너무 많이 써줘 이제는 그가 온 세상을 속이는 허구의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라며 웃었다.
수많은 이들이 대체 언제 쉬느냐고 질문하지만 수많은 학위와 기업 운영, 정치적 야망까지 가슴에 품은 이 31세의 ‘학위 수집가’는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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