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20일 버티다 의혹만 눈덩이…신약 청탁 재수사할까, 한동훈 유출 처벌할까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 지난 19일 자진 사퇴하면서 경찰의 재수사 여부를 지켜보게 됐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지명 이후 20일 동안 반박·해명을 거듭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과거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던 김 전 후보자의 신약 청탁 사건을 배당받아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검찰 수사기록을 분석하면, 김 전 후보자는 브로커 역할을 맡은 여성 사업가 양모씨의 부탁만으로 2021년 10월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주 뒤 식약처는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김 전 후보자는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와 전혀 만나지 않았고 심지어 통화한 적조차 없었다. 양씨가 전달한 실험 자료를 살펴본 것 외에 신약 성능을 확인하는 다른 조치도 하지 않았다. 김 전 후보자는 검찰에 “양씨의 말이 사실일 수 있겠다 정도는 인식해 민원을 전달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양씨의 이익을 바라고 민원 요청을 받아준 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해 10월7일 김 전 후보자가 양씨와 통화하며 “식약처 승인 받는 순간 완전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고 말한 사실을 두고 향후 대가를 기대했다고 의심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뇌물죄의 요건인 ‘부정한 청탁’은 청탁 대상인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대가의 교부가 있다면 성립한다. 검찰은 김 전 후보자가 양씨에게 “너만 봐요”라며 식약처장과의 문자메시지 내역을 보낸 것이 스스로 위법성을 인지한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청탁 닷새 뒤 김 전 후보자는 양씨와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만나 “1인당 후원금이 최대 500만원이니 일이 잘되면 그렇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청탁의 대가에 대해선 당사자 사이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막연한 기대나 다른 동기에 의해 금품을 준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 전 후보자는 후원금 발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 조사에서 양씨는 “식약처 승인과 후원금은 관련 없다”고, 강씨도 “청탁했던 건 맞지만 대가를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4년 12월 김 전 후보자가 청탁 대가로 후원금을 약속받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입금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알선뇌물약속 혐의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경찰과 다른 수사기관의 충돌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국회의원의 뇌물 혐의는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물론 10월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도 수사 가능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향후 검찰 지휘부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당초 김 전 후보자를 기소 방침이었지만 대검찰청과 협의한 뒤 기소유예로 결론을 바꿨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로 제기된 김 전 후보자의 의혹이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직 보좌진들이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무마, 추가 음주운전, 욕설·폭언, 다른 청탁 등의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지난 17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 전 후보자 측은 “언론에 보도된 탄원서 소문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록을 불법 유출했다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영등포경찰서에 배당된 상태이다. 김 전 후보자는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동훈의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의원 처벌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을 처벌하지만 비밀을 전달받은 사람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법원공무원에게 부탁해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제공받은 사건에 대해 “누설받은 자에 대하여는 공범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찾으려는 여권의 움직임은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개편하는 공소청을 안착시킬 역량을 갖춘 동시에 야당과 언론의 검증을 통과할 만한 인물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초선 박균택·이건태 의원은 김 전 후보자 발탁 직전까지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두 의원 모두 검사 출신으로 공소청 출범 초기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킬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장동 변호인’ 이미지가 강해 김 전 후보자처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 변호를, 이건태 의원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검찰개혁 입법에 관여한 3선 박주민 의원,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 ‘사법개혁 3법’ 입법을 주도한 3선 백혜련 의원도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때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정치인이 아니라도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법학자를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공소청 조직 장악력이 부족하고 실무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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